법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머피의 공간

, 그리고 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의 4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동명의 국가를 소재로 차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예 작중에 그 소설을 등장시키며 영감을 얻었음을 노골적으로 밝히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작품인 이 떠올랐다. 하늘에서 떨어진 신비한 소녀와 그녀를 구하는 소년, 로봇이나 비행기의 디자인까지, 는 미야자키의 초기 작품 세계를 대변한다. 가까운 미래, 세계는 여전히 전쟁의 포화 속에 있고 과학 기술은 독재자의 손아귀에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세태에 찌들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 그리고 자연이다. 나 도 넓은 의미에서 이런 범주에 속한다. 그래서 지브리가 을 처음 내놓았을 때, 지브리가 한 단계 더 앞으로 성장했음을..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2020. 2. 25. 23:08

*디즈니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즈니 공주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대변하는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공주다. 마치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부인 것처럼. 디즈니가 주로 동화를 차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내다 보니 중세 왕국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공주와 왕자의 사랑을 중심 소재로 삼는다. 디즈니 초기의 작품들에서 나타난 공주의 모습은 대개 수동적이었다. 분명 주인공이지만 왕자같은 강력한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자고 있다가 그냥 깨어난 가 가장 대표적이다. (난 아직도 이 공주의 이름조차 모른다.) 이때 색다른 관점에서 공주의 역할을 뒤집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드림웍스의 이다. 슈렉 시리즈는 애초에 디즈니를 겨냥해서 제작된 영화였다. 자연..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2020. 2. 10. 23:41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없는 글입니다. 위쳐 (Witcher) - 세 가지 키워드로 보는 미드 넷플릭스 미드 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드라마 이전에 게임으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위쳐는 마법에 의해 탄생한 돌연변이다. 주인공인 위쳐 게롤트는 괴물을 사냥하며 받는 현상금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작품 내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운명에 의해 예니퍼와 시리라는 두 인물과 엮이게 된다. 는 이 세 캐릭터의 이야기를 교차로 배치하며 전개된다. 시즌 1이 공개되기도 전에 시즌 2 제작이 확정된 걸 보니, 흥행은 자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광고 등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펼치는 등 현시점에서 넷플릭스가 밀어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미드 는 어떤 작품일까? 세 가지..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2020. 1. 19. 22:19

지브리는 왜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쓸까? 교환학생 시절,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라는 도시를 여행할 일이 있었다. 국내에는 지브리의 작품 의 배경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사실 재밌는 설명이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 부근에 있는 곳으로 현재 유럽 의회가 있는 도시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이 만화영화의 배경으로 더 유명하다니. 지브리는 자신들의 작품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이나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 해도 스트라스부르, 콜마르, 몽생미셸, 카라콜 계곡 등의 지역을 참고하여 작품 내에 등장시키고 있다. 지브리의 또 다른 작품 상영 당시에도 한 아이가 자기 집이 나오고 있다며 손으로 가리켰다는 일화가 ..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2020. 1. 3. 23:55

가오나시(顔無し)에게 얼굴이 없는 이유 에 나오는 가오나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일본 여행을 갈 때마다 가오나시 굿즈는 꼭 사온다. 주인공도 아닌데 왜 이리도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가오나시는 이름 그대로 '얼굴이 없는' 존재이다. 보통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가면이고, 실제 입도 가면 아랫부분에 붙어있다. 스스로는 말도 하지 못해 누군가를 잡아먹어야만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가오나시는 왜 얼굴이 없는 걸까? 본질을 찾아서 치히로와 가오나시는 온천장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인 제니바를 찾아가기 위해 기차에 오른다. 그 기차에는 역시나 얼굴이 없는 사람들이 타고 있다. 몸도 반투명해 뒷배경이 비칠 정도다. 가오나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마치..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2020. 1. 1. 21:49

미드와 영드는 뭐가 다른 걸까? 와 는 이 땅에 미드 신드롬을 일으켰다. 미국 드라마는 비슷한 플롯과 신파, 사랑 이야기에 지쳐가던 국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스릴러 및 범죄 드라마가 먼저 인기를 끌었다. 이미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접하던 장르이기도 했고, 문화권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 범죄 드라마인 이 큰 거부감 없이 녹아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뒤로 , , , 등 매니아층과 대중 사이를 오가는 장르의 작품들도 상륙하며 본격적인 미드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제 컨텐츠의 중심은 일본 아니메와 미국 할리우드를 거쳐 드라마로 옮겨왔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이 흐름을 타고 등장한 것이 바로 이다. (역시나 범죄-스릴러 장르이다.) 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신선한 화면 연출, ..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2019. 12. 28. 16:55

체르노빌 원전은 왜 폭발했을까? 은 고증의 명가 HBO에서 방영한 5부작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건을 다루고 있다. 폭발로 인한 피해와 그 원인을 사실적으로 연출한 것이 큰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레가소프 교수는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의 설명과 드라마의 전반적인 플롯, 주제 의식을 통해 왜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아보자. 1. 잘못된 실험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정전 대비 실험을 하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는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와서 사용한다. 발전소 자체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끊기면 발전 그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 전기마저 끊어지면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게 되어 있..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2019. 12. 25. 00:16

난 픽사 스튜디오의 팬이다. 는 여전히 장편 애니메이션 중 최애 작품으로 남아있다. 픽사는 디즈니와 합병한 뒤로도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디즈니는 '아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지만, 픽사는 '어른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 물론 디즈니 역시 나 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깊이에서는 여전히 픽사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픽사의 작품이 성인 관객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1. 노스탤지어 은 디즈니의 메가 히트작 중 하나이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아이들은 그야말로 흥분상태에 빠졌다. 엘사 머리를 하고, 를 부르고 다닌다.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간 부모들은? 별 감흥이 없다. ..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2019. 12. 22.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