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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와 영드의 차이점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by 법칙의 머피 2019. 12. 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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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와 영드는 뭐가 다른 걸까?


<프리즌 브레이크>와 <CSI 시리즈>는 이 땅에 미드 신드롬을 일으켰다. 미국 드라마는 비슷한 플롯과 신파, 사랑 이야기에 지쳐가던 국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스릴러 및 범죄 드라마가 먼저 인기를 끌었다. 이미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접하던 장르이기도 했고, 문화권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 범죄 드라마인 <종이의 집>이 큰 거부감 없이 녹아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뒤로 <왕좌의 게임>, <빅뱅 이론>, <워킹 데드>, <브레이킹 배드> 등 매니아층과 대중 사이를 오가는 장르의 작품들도 상륙하며 본격적인 미드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제 컨텐츠의 중심은 일본 아니메와 미국 할리우드를 거쳐 드라마로 옮겨왔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이 흐름을 타고 등장한 것이 바로 <셜록>이다. (역시나 범죄-스릴러 장르이다.) <셜록>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신선한 화면 연출, 플롯으로 영드를 대중에 알린 작품이다. 그 이후 <블랙 미러>, <보디가드>, <빌어먹을 세상 따위> 등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들이 입소문을 타고 방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영드나 미드나 대체 뭐가 다른 거지? 그냥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 아닌가?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는 미드 <왕좌의 게임>에 수시로 나오는 영국식 발음을 설명할 수가 없다. 이 둘 사이의 차이점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1. 영국 신사가 코트를 입는 이유


유럽에 가면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 특히 영국이나 독일 같이 상대적으로 북쪽에 있는 나라일수록 더 그렇다. 날씨가 워낙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쨍쨍했다가, 비가 왔다가 어느 순간 우박이 쏟아진다. 그래 서 그냥 후드를 뒤집어쓰거나 옷깃을 여미고 걸어가고 만다. 영드에서 코트가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 날씨가 수시로 바뀌는 섬나라이고, 미국은 대륙이다. 이런 지리적인 특성은 드라마의 색조와 분위기에서 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영드는 전반적으로 차가운 색조를 띤다. 안개와 비가 워낙 많고 상대적으로 햇빛이 적은 탓이다. 비가 자주 오니 땅도 질척거리고, 배우들의 얼굴도 창백한 편이다.


반면 미드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색조를 사용한다. 특히 서부나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날씨도 좋고 혈색도 더 좋은 편이다. 또 대륙 특유의 광활한 대지를 비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더 희망차고 쾌활하다.





2. 대영제국 vs 미합중국


이 같은 지리적인 차이점은 역사적인 맥락과 맞물려 플롯에도 영향을 준다.


영국은 어떤 나라인가? 과거 대영제국이라고 불리며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물론 지금도 강대국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지난날의 영광에 비하면 많이 쪼그라들었다. 최근 브렉시트 등 나름의 자구책을 펴고 있지만, 주도권을 가져오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꿈도 희망도 없거나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플롯이 많은 편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영드에 유독 시대극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나 미래에서는 희망을 찾기 어려우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역사가 깊은 나라이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미국은 어떤가? 역사는 짧지만,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초강대국이다. 또 미국의 역사는 개척과 발전의 연속이었다. 거대한 대륙 내에서도 국경을 계속 넓혀 나갔다. 이런 역사는 아직도 미국 특유의 '개척 정신'으로 남아있다. 할 수 있다는 희망, 더 발전해야 한다는 열망이 드라마 플롯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3.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강남스타일>이나 BTS는 또 어떤가? 완전한 주류는 아닐지언정 한류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왜 한류 얘기를 하냐고? 한류의 모습과 영드의 모습이 닮아 있어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한된 예산이 도리어 기회가 되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게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미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눈이 즐겁다. 일명 '스펙타클'(Spectacle)이 많은 편이다. 액션신, 폭발, 미모의 배우들까지 자본주의가 보여줄 수 있는 경지(?)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물론 영화에 비하면 덜한 편이지만 드라마에서도 이른바 '스케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영드는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예산에 한 시즌당 편성된 에피소드도 적은 편이다. 드라마 <셜록>도 한 시즌당 고작 3편이 전부다. 미드에 보통 시즌당 10편 내외의 에피소드가 편성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섬세한 심리묘사나 특유의 연출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요소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미드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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