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머피의 공간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한국이 헬조선이 된 이유 미드나 영드 일색이던 넷플릭스에서 한국 사극을 내놓았다. 그것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라니. 신선하다. 사실 사극 좀비물이 처음은 아니다. 당장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도 있지 않은가. 다만 은 흥행과 평론 모두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은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잠시 미뤄두고 이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조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비록 시대적인 이질성이 있으나 드라마 의 장면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한국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라서 그런 걸까. 생각해보면 왜 '헬고려'나 '헬신라'가 아니라 '헬조선'일까. 단순히 시간적으로 더 가까워서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만..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2020. 4. 16. 16:43

-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방법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유발 하라리는 인류를 이렇게 표현했다. 적어도 지구를 지배하기 전까지는. 인류는 그저 다른 육식동물이 먹다 남긴 잔해물을 뒤지던 약한 생물에 불과했다. 는 이런 사소한 존재가 어떻게 전 지구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대서사시다. 는 기본적으로 역사책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와는 궤를 달리한다. 시야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의 탄생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아시아에서 남미 대륙까지 시공간적으로 대부분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이런 사상적 기조를 '빅 히스토리'라고 부른다. 인류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나 데이비드 크리스쳔의 가 이 흐름에 ..

컨텐츠/책 2020. 4. 15. 23:30

는 아래의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자아와 세계는 하나다." 이 구절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거나 아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채사장의 말에 조금 귀를 기울여보자. '모든 지식의 시작'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뭔가 있어 보이는 '제로'라는 수식어. 인간의 발견과 지혜를 간결한 언어로 정리해온 채사장이 이번엔 지식 of 지식을 가르쳐주겠다며 돌아왔다. 전작보다 훨씬 두꺼운 책과 함께. 두꺼운 책 애호가로서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있을까. 사실 시리즈는 그 자체로서는 특별할 것이 없는 지식을 담고 있다. 다 어디선가는 보았으며, 보게 될 지식의 편린을 하나하나 모아 가지런히 정리한 책이다. 다만 그런 자신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컨텐츠/책 2020. 4. 13. 22:07

을 다섯 번 읽고 난 인생의 분기점마다 헤르만 헤세의 을 읽어 왔다.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이다. 을 처음 접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난 책을 참 좋아했더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를 통해 소설에 눈을 뜨고 이리저리 뒤적이던 참이었다. 사실 처음 읽은 은 아동용이었다. 그래서 초장에 짧은 만화가 그려져 있었다. 흑백의 톤으로 정성스레 그려진 아브락사스의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 천사 같기도 하고, 악마 같기도 하고, 인간이자, 세계 그 자체인 모습이었다. 아브락사스는 에서 가장 유명한 다음 구절에 등장하는 악마이자 신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알은 새의 세계이다.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그 신의 이름은 아..

컨텐츠/책 2020. 4. 11. 23:56

닉은 왜 섹시할까? 디즈니 영화 에는 닉(Nick)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능글맞은 여우 캐릭터로 사기를 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또한 많은 여성의 마음을 훔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 여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지 않나 싶다. 이 개봉했을 당시 주인공인 하울도 뭇 여성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하울은 그저 잘생긴 어린아이에 불과했다는 간증이 이어진다. 툭하면 징징거리고 제멋대로라는 것이다. 이처럼 하울과 닉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어 보인다. 바로 섹시함이라는 차이. 하울은 분명 잘생겼지만 섹시함은 그와는 뭔가 다른 의미다. 단순한 외모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 무엇보다 아우라랄까?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섹시함이라는 칭호를 간신히 획득할 수 있다. ..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2020. 4. 10. 17:26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드 : 인과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가다. 모든 드라마를 통틀어 인생작을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를 고르겠다. 어떻게 는 내 인생 최고의 미드가 될 수 있었을까? 이는 사실 '어떤 작품이 명작일까?' 하는 물음과도 맞닿아있다. 서사, 캐릭터, 연출, 주제 의식, 연기 등 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정말 많다. 그래서 한마디로 명작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작품이 왜 잘 만든 건지, 그리고 이를 넘어 명작 반열에 오른 것인지를 이야기할 수는 있다. 는 앞서 말한 요소들이 훌륭하게 갖춰진 드라마다. 색다른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카메라 연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매력적인 캐릭터 등. 하지만 역시 작품의 기본은 서사에 있다. 서사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이자 주제를..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2020. 4. 5. 20:39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구스타보는 왜 투페이스가 되었을까? 드라마 드라마 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중 가장 눈여겨 봤던 건 구스타보 프링이다. 선과 악을 오가면서 서사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도 이중생활을 하지만 그만큼 카리스마가 있진 않았다. 비록 악역이지만 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프링은 시즌 중후반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의 원수인 헥토르 살라망카가 자폭해 말려든 것이다. 문짝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강한 폭발 이후 그는 태연하게 걸어 나온다. 그리고 한쪽 얼굴이 날아간 모습으로 쓰러진다. 마치 에 나오는 투페이스처럼. 사실 이는 너무나도 명백한 메타포다. 성공한 지역 사업가, 그리고 마약왕으로 군림하던 그의 이중성을 ..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2020. 3. 6. 16:33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는 이상적인 유토피아인가? 디즈니 영화 는 동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도시, 주토피아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주디는 부푼 가슴을 안고 경찰이 되기 위해 주토피아의 문을 두드린다. 뭐든지 할 수 있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주토피아에서 오랜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최고의 디바인 가젤(Gazelle)은 'Try Everything(뭐든지 시도해봐)'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모든 동물은 각자의 체형과 습성에 맞는 사회 인프라를 누린다. 정말 천국이 아닐 수 없다. 주토피아(Zootopia)는 동물원(Zoo)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영국의 토마스 모어는 SF소설 에서 이 개념을 처음 소개한다. 유토피아에서는 누구도 굶주리지 않고 모두가 평등하다. 장시간의 노..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2020. 3. 1.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