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니, 처음 들었을 땐 스릴러 장르의 소설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정말 시체를 매주 보러 다니는 법의학자의 에세이다. 출판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선을 끈 것은 확실하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알찬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을 집필한 유성호 교수는 말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해야 한다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등 삶에 관한 찬양은 넘쳐나지만 죽음은 최대한 피해야 할 그 무언가로 여겨진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며 찾아오는 필연적인 순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죽음 역시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고대 로마 시대, 개선장군이 의기양양하게 로마 시내로 들어온다. 그를 환영하는 군중들, 전쟁터에서 챙겨온 전리품과 노예들, 화려하게 뿌려지는 꽃송이, 그리고 당당하게 말을 타고 손을 치켜드는 장군. 쏟아지는 환호 속에서 장군의 시종이 외친다. "Memento Mori!" 지금은 전쟁에서 승리해 살아 돌아오지만 언젠가 죽을 수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다. 죽음이란 건 먼 미래에나 닥쳐올 추상적인 꿈이 아니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현실 그 자체다.
사실 '메멘토 모리'를 말하는 책은 의외로 많다. 자기계발 서적이나 행복에 관한 책을 펼쳐보자. 삶을 왜 열심히, 알차게,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가? 언젠간 죽기 때문이다. 죽음의 순간이 있기에 삶이 유한하고, 유한하기에 소중하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공부를 하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든, 꿈을 이뤄라. 여기까지는 익숙한 네러티브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가 가진 특별함은 결국 죽음에 대한 통찰에서 온다. 죽음이 있기에 삶을 잘 살아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죽어서는 죽음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차원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로 제시된다. 연명치료, 상속문제,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등 한 개인으로서 죽었을 때 마주할 그 무언가 말이다. 카르페 디엠 이전에 메멘토 모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유상호 교수는 또한 법의학자로서 마주치는 죽음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따뜻한 봄날만 되면 한강에서 발견되는 자살자, 어린 나이에 의문사를 당한 아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존엄하게 죽겠다는 환자 등 하나하나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죽음 그 자체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그 원인과 이를 둘러싼 관념을 뜯어보면 그 사회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보인다. 그래서 법의학자는 그저 시체를 부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나아가 시대와 소통하게 된다. 그렇게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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