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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은 <아날로그의 반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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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20. 7. 2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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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은 <아날로그의 반격>일까?


많은 영역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데이비드 색스는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을 통해 아직도 건재한 아날로그의 힘을 이야기한다. 그는 LP판의 재유행, 온라인 업체가 세우는 오프라인 매장 등을 예로 든다.


그중에서도 오프라인 서점은 아날로그의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다. 나 역시 수시로 오프라인 서점을 찾아 책을 구경하고 시간을 보낸다. 책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 사람들의 반응이나 전체적인 트렌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책은 집에 오는 길에 온라인 서점에서 산다. 그렇다면 아날로그의 반격은 무위로 돌아간 것일까? 그렇다면 많은 돈을 들여 오프라인 서점을 비롯한 이른바 'Brick and Mortar'(오프라인 매장)를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아날로그의 반격>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오프라인 서점에 발을 들이면 음악이나 조명도 눈과 귀를 사로잡지만, 최근에는 특유의 향도 오감을 자극한다. 아예 책에 걸맞은 디퓨저 향을 추천해주거나, 책갈피로 시향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고급 호텔에 어울릴법한 매력적인 향기를 통해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온라인 서점은 제공할 수 없는 매력이다.


물론 오프라인 서점에도 한계가 있다. 바로 매력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같은 일명 쇼루밍(Show-Rooming)족 때문이다. 이제는 이 말 자체도 낡아 보일 만큼 일상화된 트렌드다. 상품 체험은 오프라인에서 하고 실질적인 구매는 온라인으로 한다. 오프라인의 체험성과 온라인의 편의성 및 가격경쟁력을 모두 누리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얄밉겠지만 소비자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서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예 온라인 쪽으로 넘어가 억울함을 풀어야 할까? 아니면 최소한 아날로그적인 비용을 줄여야 할까? <아날로그의 반격>에 따르면 둘 다 아니다.


먼저 온라인의 경우 가격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소비자가 단돈 1원도 더 쓰지 않으려고 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생각하면 쉽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개당 가격은 대략 2,000원 정도다. 단돈(?) 20만 원이면 이런 이모티콘을 100개나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열심히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선물로 받아 얻으려고 한다.


자, 이제 눈을 돌려 카카오 프렌드 매장으로 가보자. 거대한 라이언 인형이나 어피치 손 선풍기, 죠르디 모찌 방석이 소비자를 반긴다. 방금전까지 이모티콘을 위해 2,000원 쓰기를 망설였던 사람들이 여기서는 지갑을 열어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을 주워 담는다. 조금 조악한 퀄리티인데도 귀엽다며 난리가 난다. 깔끔하게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린 이모티콘이 훨씬 더 정교하지만, 아날로그적인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말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보다 더 높은 충성도, 구매빈도, 매력을 끌어낸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은 치열하지만 애초에 모든 것을 오픈하는 온라인 시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까지 등장하며 이제 10원이라도 더 저렴한 제품이 선택받는다. 더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른바 가성비 내지는 가심비 높은 상품이 소개되며 이런 현상을 더 부채질한다.


<절대 가치: 완벽한 정보의 시대, 무엇이 소비자를 움직이는가>라는 책에서는 아예 브랜드의 종말을 주장한다. 즉 제품에 대한 정보가 완전히 공개된 상태에서 브랜드나 마케팅보다는 제품 자체의 효용성, 즉 절대 가치가 소비자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제 가성비 좋은 레노버 노트북이 애플이나 삼성보다 더 우위에 설 수 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절대 가치 소비가 더 극대화된다.





디지털이 일상화된 21세기, 많은 이들이 아날로그의 종말을 예견했다. 대표적인 대상이 오프라인 서점과 종이책이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전자책을 내놓으며 이러한 종말론을 부추겼다. 다만 킨들이 등장한 지 십수 년이 흘렀지만, 종이책은 건재하다. 오히려 아마존이 나서서 오프라인 서점을 세우고 종이책을 진열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꽤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렌드는 분명 온라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아날로그의 역할은 무엇일까? 감히 예상해본다면 아날로그는 디지털의 최종 지향점이 될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아무리 전자책이 정교해지고 스마트폰 액정이 바뀌어도 어쩔 수 없는 어색함이 있다. 아직 인류가 디지털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데다 아날로그를 완벽하게 따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아무리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도 아날로그는 감성과 자연스러움으로 반격을 가한다. 온라인 서점이 아직은 오프라인 서점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의 최종 목적지는 분명하다. 바로 또 하나의 아날로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기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차세대 소셜 미디어 기술로 가상현실을 꼽았다. 자신의 경험을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으로 공유하는 것을 넘어 아예 경험 그 자체를 모두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아날로그는 결국 오감에 의존한다. 이는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나온 말이다. 감각만 속일 수 있다면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을 구분할 방법은 없다.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과 차이가 없어지는 시점에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하긴 그때가 되면 아날로그라고 할만한 건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더 생생하고 세련된 형태로 재현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날로그가 유일한 현실이고, 디지털은 대안에 불과하다. 디지털을 현실이라고 믿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거의 같아진다면 어떨까? 그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자체가 삶의 위협이 된 시대,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날로그가 또 다른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까? 적어도 그때까지는 오프라인 서점을 즐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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