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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종교는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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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20. 7. 1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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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종교는 망상일까?


나는 가톨릭 신자였다. 독실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신앙을  애썼다. 부모님이 모두 천주교를 믿었기에 종교는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였다. (무려 조선 말기에 종교 박해까지 당한 집안이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모순은 커져만 갔다. 신이라는 존재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종교, 그리고 무신론과 관련된 책을 집어 들었고, 사색하고, 글로 생각을 정리했다. <만들어진 신>은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마침내 종교가 망상일지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부모님께 더는 성당에 나가지 않겠노라 선언했다. 몇 번의 설전 끝에 일탈을 인정받았다. 다행히 부모님과는 잘 지내고 있다. 운이 좋았다.


<만들어진 신>은 종교, 그중에서도 유일신을 믿는 종교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책이다. 기독교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서구 사회에서 이처럼 노골적인 책이 나올 수 있다니 감탄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이 세계적인 석학은 자신의 논리를 여기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만들어진 신>에 가해질 비판과 공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리처드 도킨스를 <이기적 유전자>로 먼저 접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책 내용이 어려운 것인지,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읽지 못했다. 유전자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얻어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만들어진 신>은 <이기적 유전자>에 비하면 더 대중적이고 쉬운 문법으로 쓰여있다. 아무래도 더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서구권을 대상으로 했지만 <만들어진 신>은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개신교, 가톨릭이 서구권, 특히 미국에서 건너왔으니 무리도 아니다. 유럽에서 종교를 직수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만큼 한국의 기독교는 미국 기독교 특유의 순혈주의와 배타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더 이전으로 가보면 유대교와도 궤를 같이 한다. 순수혈통이나 신토불이를 강조하는 민족이어서일까, 기독교는 한국 사회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만들어진 신>은 유일신 종교가 망상인 이유와 무신론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무신론자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봤지만, 유신론자가 읽었다면 굉장히 불편할 책이다. 신과 종교가 망상이라는데 당연한 결과다. 잘 지내고 있는 종교인을 왜 공격하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교로 살아본 사람은 안다. 종교가 얼마나 삶을 힘들게 할 수 있는지. 곳곳에서 나를 불러세우는 전도사, 교회 팸플릿,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간판 아저씨, 인간관계 속에서 종교로 인해 생기는 갈등, 배타적인 종교인이 내뱉는 시대착오적인 발언 등. <만들어진 신>에서 언급되는 종교재판, 종교전쟁, 테러, 세뇌, 사제에 의한 성폭력을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만들어진 신>은 말한다. 종교는 만들어진 망상에 불과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종교는 우리 삶의 양식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종교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리처드 도킨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우리에겐 인본주의와 과학, 세속적인 철학이 있다. 이들 역시 문제점이 있지만, 종교보다는 더 나은 대안이다. 종교라는 망상에서 벗어나 무신론자로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이 단숨에 모든 사람을 무신론자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성경을 읽는다고 곧바로 기독교인이 되지는 않듯이. 다만 논쟁적인 책이 대개 그렇듯 생각에 균열을 낼 수는 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새로운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 것이다. 책을 바로 던져버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누군가에겐 <만들어진 신>이 씨알도 안 먹힐 헛소리로 가득한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한 권의 책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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