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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예비군 후기 (동원, 학생, 동미참훈련)

정보 & 썰/해군

by 법칙의 머피 2020. 7. 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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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예비군 후기


해군 생활을 마쳤다면 이제 전역을 통해 사회로 다시 나올 시간이다. 전역식을 하다 보면 주섬주섬 챙겨주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예비군 관련 안내 팸플릿이다. 2년 동안 고생했는데 국가가 챙겨주는 게 고작 이거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지만, 우선은 기쁘게 부대를 벗어난다. 사실 전역이라는 단어 자체가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전역한 다음연도부터는 이제 예비군으로 편성되어 1년에 한 번씩 훈련을 받게 된다. 즉 2020년에 전역을 했다면 2021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된다. 예비군 훈련은 크게 동원훈련과 동미참 훈련으로 나눠진다. 동원훈련은 2박 3일, 동미참은 32시간 동안 진행된다. 동원훈련은 부대 내에서 숙식하고, 동미참 훈련은 하루 8시간, 대략 4일간 출퇴근을 하며 훈련을 받게 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사항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학생 예비군으로 불리는 대학생 대상 훈련이다.


운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이 모든 훈련 유형을 다 경험했고, 해군 예비군 4년 차인 지금은 코로나 탓에 언제 훈련을 받을지 기다리고 있다. 올해 6월로 한번 미뤄졌다가 다시 무기한 연기가 된 상황이다. 특히나 정보가 적은 해군의 특성상 해군 예비군만을 위한 글이 많이 없는 것 같아 이렇게 후기를 남겨본다.


해군 동원예비군 훈련


전역을 하고 그 다음연도에 바로 휴학을 했던지라 처음부터 학생 예비군이 아닌 동원예비군으로 편성되었다. 훈련은 예전에 해군 함정 생활을 했던 진해기지사령부에서 실시되었다. 훈련 내용에 따라서 해군교육사령부에서도 교육을 받았다.





전역 부대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기본적으로 해군 예비군 동원훈련은 각 사령부 단위로 진행된다. 해군의 수가 워낙 적은 데다 훈련을 할 만큼의 장소도 드물어 그런 것 같다. 후술하겠지만 동원훈련을 제외하면 육군과 거의 동일하게 예비군 훈련이 진행된다.


준비물은 군복, 모자, 요대, 군화, 신분증이며 군번줄은 필요 없다. 만약 동원훈련을 받을 경우에는 부대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므로 간단한 세면도구와 슬리퍼, 잠옷 정도를 챙겨가면 좋다. 부대 내 PX에서 과자라도 사 먹으려면 돈도 좀 챙겨가면 좋다.


진해기지사령부에서 실시하는 예비군 훈련의 경우 지정된 시각까지 부대 앞 해군의 집에서 모이게 된다. 간단한 건강 체크 및 신분증 검사를 마치면 차를 타고 부대 내에 있는 예비군 숙소로 이동하게 된다. 예비군 훈련 입소식, 실내교육, 사격훈련, 보직훈련 등 통상적인 훈련이 이어진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함정 훈련이나 수영 훈련 등은 받지 않았다. 해군에 있을 때 갑판병이었기에 어떤 훈련을 받을지 궁금했는데 엉뚱하게도 수송부대에 배치되었다. 지게차나 포크레인 등을 운전하는 보직이다. 다른 더 특수한 보직이라면 아마 각자의 역할에 맞는 훈련을 받지 않을까 싶다.



학생 예비군 훈련


학생 예비군의 경우 하루 동안만 실시되며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예비역을 대상으로 한다. 즉 휴학했거나 졸업했다면 동원예비군이나 동미참 훈련에 배치된다.


거주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육군이나 공군 같은 타군과 동일한 훈련을 받았다. 다들 알고 있을 통상적인 훈련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원이나 동미참보다도 더 힘들었다. 예비군을 움직일 유일한 방법인 조기퇴소를 미끼로 이리저리 굴린 탓이다.


대학 생활을 하다가 다시 군부대에 들어가면 현실에 참 감사하며 살아가게 된다. 대학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군대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며칠 가지는 않는다. 멀쩡하던 대학생이 군복만 착용하면 갑자기 말년병장이 되는 마법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해군 동미참 예비군 훈련


동원훈련에 배치받지 않은 경우 자동으로 동미참 훈련에 지정된다. 아무래도 동원훈련을 할 수 있는 부대가 한정적이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동미참 훈련의 경우에도 학생 예비군과 동일하게 해군과 관련된 훈련은 받지 않는다. 다만 각 지역의 해군 예비역만 모아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것도 아마 지역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다.


동미참 훈련의 경우 동원훈련과는 달리 부대에 출퇴근하며 하루 8시간을 채운다. 직장을 다니던 터라 좋긴 했지만 부대를 찾아가는 일이 고역이었다. 더운 날에 땀을 흘리며 부대까지 찾아가는 생활을 나흘동안 반복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PX로 가 과자를 잔뜩 사 오는 사람도 있었다. 밖에서도 먹을 수 있는 간식을 굳이 여기서 싸가지고 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가격이 더 저렴한가? 면세품이라 그럴 순 있겠다.


올해는 알다시피 코로나 사태가 터져 예비군 훈련도 계속 연기가 된 상태다. 아마 빨라도 가을쯤에나 실시할 것 같다. 올해까지만 하면 이제 동원 및 동미참 예비군 훈련은 끝이 난다. 5년 차와 6년 차는 기본훈련, 작계훈련을 실시하고 그 이후로는 훈련이 없고 8년 차 이후에는 민방위로 편성된다.


예전에 한 학원 강사가 민방위에서도 소집이 해제되면 이제 정말 나이를 먹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했다. 국가에서 나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조금 슬퍼진단다. 아직 예비군인 나로서는 까마득한 일이지만 정말로 그럴 것 같다. 막상 국가에서 나를 찾을 때는 참 화가 났었는데 사람 마음이 이처럼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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