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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들었던 해군 관련 질문 5가지 (feat. 해군이랑 해병대는 다른거야?)

정보 & 썰/해군

by 법칙의 머피 2020. 4. 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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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해군 관련 질문 5가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면 보통 통성명을 하고 나이, 고향, 학교 등 기본적인 정보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다 남자 한정으로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와중에 해군을 나왔다고 하면 신기하게 본다. 주변에서 해군 나온 사람은 처음 봤다는 경우도 많다. 육해공 중 가장 수가 적은 데다 주로 영남 지역 출신이 대부분인지라 그럴 만도 하다.


그럴 때마다 예의 반 궁금증 반으로 여러 질문을 듣곤 했다. 워낙 생소하다 보니 원피스에 나오는 해군 이상으로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중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다섯 가지를 추려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반쯤은 재미로 봐주시길.



1. 해군이랑 해병대는 다른거야?


다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단순하게 말하면 해군은 배를 움직이는 사람이고, 해병대는 그 배에 타고 있다가 육지에 상륙해 싸우는 사람이다.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드랍쉽과 마린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마린(Marine)은 문자 그대로 해병대다. 실제로 해군은 해병대와 장갑차가 탑승할 수 있는 상륙함을 운용하고 있다.





해병대는 특유의 힘든 군 생활과 엄격한 기수제로 유명하다. 심지어 예비군에 가서도 기수를 따진다는 웃픈 루머도 들려온다. 하지만 해군은? 제대만 하면 남남이다. 다른 군인들과 비슷하다. 그러니 택시 아저씨가 내가 몇 긴데 하면서 썰을 푼다면 맘 편히 들으면 된다.


비록 다르긴 하지만 일종의 사촌지간이라 심심찮게 교류도 있는 편이다. 부대에서 근무할 때 해병대가 같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서로 군가 몇 개를 배우기도 한다. 해군 군복이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의 모습이라면 해병대는 정말 군인 같은 복장이다. 특히 팔각모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다. 해군은 모양 빠지는 빵모자라 그런 거 없다.



2. 그럼 진짜 배에서 먹고 자고 다 하는 거야?


이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해군 군함은 그 크기에 따라 가장 큰 1급 함부터 가장 작은 4, 5급 함까지 분류된다. 대략 1, 2급 함까지는 배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샤워도 하고, 잠도 자고, 빨래도 하고, 밥도 먹는다. 그 이하의 작은 함정의 경우에는 별도의 육상 생활관이 있다. 당연히 항구 근처에 있으며 평소에는 여기서 생활을 하다가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배를 타고 나가는 식이다. 물론 큰 배라고 해서 일 년 내내 항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은 대부분 항구에 정박해 있다. 자유시간에는 배에서 내려 매점도 다녀오고 운동도 할 수 있다.


최근에 진수된 군함일수록 안에 여러 편의시설이 있다. 내가 탔던 배는 낡았지만 그래도 자판기에 헬스장, 심지어 노래방도 있었다. 비록 엔진실 바로 옆에 있어서 엄청나게 덥긴 했지만. 그래서 웃통을 다 벗고 들어가야 했다. 1급 함 정도 되면 배 자체에 매점이 있는 경우도 흔하다. 심지어 항공모함에는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함정 생활은 열악하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화장실 변기까지도 금속으로 되어 있어 다치기 십상이다. 공간도 협소하고 어두침침하다. 아무리 신형 군함이라도 육지에서 지내는 것만 못하다. 조선 시대에도 수군이 육군보다 더 힘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도 눈만 돌리면 바다가 보이니 위안을 삼을 수밖에.


3. 항공모함 함장은 스타야?


보통 1급 함의 함장은 대령, 2급 함의 함장은 중령, 3급 함의 함장은 소령, 4급 함의 정장은 대위가 맡는다. 그보다 더 작은 배의 경우 부사관이 지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현존하는 군함 중 가장 큰 항공모함은 어떨까? 배가 엄청나게 크니까 준장(★)이나 소장(★★) 같은 스타들이 함장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항공모함의 함장은 대령이다. 항공모함은 꽤 약한 배다. 군함 자체로만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자체적인 방어 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만약 잠수함 한 대가 슬쩍 다가가 어뢰 한 방을 날리면 그대로 격침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항공모함은 혼자 다니지 않고 하나의 부대, 항모전단을 끌고 다닌다. 여기에 여러 척의 이지스함, 잠수함, 지원함, 항공기 등이 따라온다. 미국의 항모전단 한 부대가 웬만한 나라의 해군력을 능가한다고 한다. 바로 이 무시무시한 항모전단의 전단장이 준장 혹은 소장이다. 


국내에는 아직 항공모함이 없다. 독도함이나 마라도함 같은 헬기 상륙함이 있긴 하지만 아직 전투기를 탑재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 해군의 목표 중 하나가 자체적으로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핵 추진 잠수함까지 꿈꾸고 있다.



4. 해군이면 수영 잘하겠네?


해군 이야기가 나오면 수영 관련 질문이 빠질 수 없다. 정답은 뭘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해군에서 복무를 하다 보면 의외로 물에 들어갈 일이 잘 없다. 가끔 수영 훈련을 받기도 하지만 이는 비상시를 대비한 것이지 평소에는 당연히 배를 타고 다닌다. 예외적으로 해난구조전대(SSU)나 해군 특수전전단(UDT) 소속이라면 지겹도록 수중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해군 훈련소에 가면 1주일 동안 수영 훈련을 하는데 동기들의 절반 정도는 맥주병이다. 배가 아니라 잠수함이 되어 한없이 밑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친절한 교관님이 어떻게든 물에 뜨도록 만들어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물에 들어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입대 전에 조금이라도 수영을 배워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기지사령부 같은 큰 부대의 경우 영내에 수영장이 있다. 수영을 좋아한다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실컷 이용할 수 있다. 물이 좀 차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5. 근데 왜 해군으로 간 거야?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해군 자체가 워낙 흔하지 않다 보니 그런가 보다. 애초에 해군은 선택지에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대 시즌이 다가오고 카추샤에서 떨어지고 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냥 짧게 육군으로 갈까, 의경으로 빠질까, 좀 길더라도 공군으로 갈까. 보통은 이 세 가지로 나뉜다.


사실 단순하다. 당시에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곳이 해군이어서 지원했다. 공군에도 여러 번 떨어진 데다 타이밍을 놓쳐서 의경이나 육군도 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더 미룰 수가 없어서 백방으로 찾아보다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집하는 해군 공고가 눈에 띄었다. 고향도 따뜻한 남쪽 나라겠다, 여기구나 싶었다. 최소한 눈 치울 일은 없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실제로 군 생활 하는동안 눈을 치운 적은 한 번도 없다.


후회하진 않냐고? 갔다 온 마당에 뭘 후회하겠어. 아니, 그냥 해군으로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드네. 그래서 이렇게 해군 썰도 풀잖아. 야, 군대 얘기만 하니까 분위기가 처지네. 우리 짠이나 한번 하자.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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