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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살아남기 - 2] 일상생활은 어떨까?

정보 & 썰/여행

by 법칙의 머피 2020. 1. 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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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살아남기 - 일상생활의 모습


인도에서의 일상생활이라고 하면 이런 장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코끼리를 타고 다니거나,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거나, 힌두교 사원에서 명상하는 모습. 하지만 인도 역시 놀랍도록 한국과 비슷한 곳이다. 아니, 이제 전 세계적으로 사람 사는 모습이 굉장히 비슷해졌다고 보는 게 맞겠다.


위의 사진은 인도 구르가온에 있는 스타벅스다. 한국에 있는 카페와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며 지역색은 많이 퇴색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인도는 자신만의 진한 색깔을 가진 나라다. 일상과 일탈 사이, 인도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배고프니까 일단 먹는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인도에는 정말 카레가 없을까?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아닌가? 사실 카레는 인도식 커리의 일본식 표현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3분 카레는 일본식 카레에 가까운 모습이다. 요즘에는 인도식당이 많이 보편화되어 인도식 커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커리를 주문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메뉴판에는 커리라는 말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커리는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음식을 통칭하는 단어다. 그래서 메뉴 이름은 주로 재료에 따라 정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커리인 '치킨 티카 마살라'가 그렇다. 치킨 티카는 탄두리(화덕)에서 구운 닭고기인데, 여기에 마살라(향신료)를 넣고 푹 익히면 완성이다. 영국인도 즐겨 먹는 음식이다. 아니, 아예 대표적인 '영국' 음식이란다.


여기에 라씨나 사모사, 탄두리 치킨, 비리야니 등 인도 음식은 종류도 많고 맛있다. 물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호불호를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럴 때는 언제든지 다른 선택지도 있다. 예를 들면 버거킹.





소를 먹지 않는 민족이라 소고기 패티는 기대할 수 없다. 돼지고기 역시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거의 먹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닭고기나 양고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초에 채식주의자가 많은지라 고기를 사랑하는 한국인에겐 잔인한 곳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대신 값싸고 맛있는 과일로 속을 달래보자. 한국에서는 손도 못 대던 망고나 석류 등 열대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다. 아예 망고만 먹으러 여름에 인도를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인도에서는 저장 및 유통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주로 판매한다. 워낙에 국토가 넓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싱싱한 과일이나 야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술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인도는 주류를 취급하는 가게가 따로 있어 마트에서는 술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주로 술집이나 식당을 가는데, 국민 맥주 킹피셔(Kingfisher)부터 수제 맥주, 위스키 등 없는 술이 없다. 지역에서만 주조하는 술도 있다고 하니 이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만 인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술 취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니, 적당히 즐기자.


여담이지만 인도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손을 쓸 때도 있고, 포크나 나이프를 쓸 때도 있다. 외국인인 우리한테 뭐라고 하진 않으니 그냥 편한 대로 먹자. 두 손을 써도 상관없다.





인도에서의 하루


그러면 대체 인도에서는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델리에 있는 아울렛에서 명품 쇼핑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길거리에서 릭샤를 타고 골목 시장으로 갈 것이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다르면서도 결국은 비슷하다고.


나도 그랬다. 인도에 왔다고 갑자기 특별한 삶이 펼쳐지진 않았다.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영어학원을 다니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대신 그 평범함이 인도에서의 일상생활이었기에 조금 더 신선했을 뿐. 살아남기는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장기 여행자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그중 가장 신기했던 게 지하철이다. 세계 여러 지하철을 타봤지만, 인도 지하철은 의외로(?) 깔끔하다. 일본 회사와 합작하여 최근에 준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뜬금없이 일본어 방송이 같이 나온다. 기분이 묘하다. 역 안에 들어갈 때 짐 검사도 한다. 대형마트나 유적지, 호텔에 들어갈 때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어찌어찌해서 들어가면 그 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역시나 흔한 일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여성 전용칸을 타는 게 좋다. 여성 인권이 아직 높지 않은 탓이다. 나이 든 할머니를 제외하면 내가 탄 칸에는 남자만 가득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면 릭샤 기사들과 흥정하느라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인도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인도 영어학원 한 달 다니기


그 와중에 영어학원도 갔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알차게 다녀왔다. 영어가 공용어이긴 하지만 보통 인도인에게 익숙한 것은 그 지역의 언어다. 대표적으로 힌디어가 있고 타밀어, 라다크어 등 공식 언어만 22개가 있는 나라다. 그래서 인도인도 따로 시간을 내서 영어를 배워야 한다. 내가 다녔던 곳은 인도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와서 잠시 머물며 영어를 배웠다. 델리에 있었다.


간단한 주제를 정해놓고 회화와 표현 중심으로 배웠는데, 공부보다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여러 나라의 사람이 모여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는 신기한 장면이 펼쳐진다. 억양도, 문화권도 다르지만, 그저 한 공간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친구가 된다. 그래서 일부러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다름에서 오는 신선함, 그리고 비슷함에서 오는 친숙함. 막상 앉아서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 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된다. 오히려 요즘은 국경보다 연령대가 더 큰 문화적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세상은 이렇게 점점 동질적인 공간으로 변해간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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