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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 1] 걷기 전에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정보 & 썰/여행

by 법칙의 머피 2020. 1. 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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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전에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Caminos de Santiago de Compostela)은 스페인 서북부의 산티아고까지 향하는 순례길이다. 최근 방영한 <스페인 하숙> 덕에 더 인기가 많아졌지만, 원래도 한국인의 발걸음이 많이 이어지던 곳이다. 비(非)서구권 국가 중에서는 한국인의 비중이 가장 높을 정도다.


필자의 경우 프랑스의 생장 데 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33일간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도착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느낀 점, 경험한 것을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총 4편의 글을 기획했다. 1편에서는 걷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2편에서는 길을 실제로 걸으며 경험하게 될 것들에 대해서, 3편에서는 순례길이 끝난 후의 일에 대해서, 마지막 4편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 정보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이 글이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모두가 진정한 순례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 왜 그 길을 걷는가?


산티아고 순례길은 본디 성(聖) 야고보의 유골을 영접하기 위해 떠나는 종교적인 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종교 외의 목적으로도 이 길을 찾는다. 가보면 정말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저렴하게 유럽 여행을 하려는 사람부터, 영적인 탐구를 하는 사람, 스포츠를 하러 온 사람, 퇴사 이후 마음을 정리하러 온 사람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그 길을 걷는 이유다. 사실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꼭 영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아도 좋다. 스포츠로 생각해도 어쩌면 상관없을 것이다. 필자는 그저 걷고 싶어서 산티아고로 향했다. 걷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 이유 덕분에 이 힘든 길에서 힘을 얻을 것이다.


2. 누구와 걸을 것인가?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는 누구와 걷느냐가 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누군가는 친구들과, 연인과, 가족과 함께 걸을 것이다.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홀로 순례길을 떠난다. 떠들썩하게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람도 있고, 아예 팀을 짜서 자전거를 타고 돌진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 문제는 길 위에서 더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특히 동행 없이 혼자 왔다면 더더욱 그렇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그중에 마음에 맞는 사람과 같이 걷는 일도 흔하다. 그러다가 동행과 헤어지거나, 다시 만나기도 한다. 물론 필자처럼 가족과 함께 갔다면 힘든 일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일부러 가족과 떨어져 걸으며 다른 사람과 같이 걷기도 했다. (물론 어디서 만날지는 미리 정해야 한다.)




3. 어디로 걸을 것인가?


산티아고 순례길의 목적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다. 하지만 출발지는 제각각이다. 가장 유명한 일명 '프랑스 길'부터, '포르투갈 길', '은의 길' 등 수많은 루트가 존재한다. 심지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걸어온 사람도 있었다.


필자의 경우 프랑스의 생장 데 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을 걸었다. 일반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700km인 것도 이 곳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다. 생장을 떠나 약 780km를 걸었고, 33일이 걸렸다. 하루에 적게는 20km에서 많게는 30km 이상 걷게 된다. 시간은 대략 6~8시간 정도 걸린다. 자신의 상황과 시간 등을 고려해 루트를 짜야 한다.


유럽 사람들은 휴가 때마다 구간을 정해 조금씩 걷는다지만 먼 타국에서 온 한국인으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시간이 없다면 아예 콤포스텔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시작해도 좋다. 다만 꼭 완주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길을 걸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되면 밀밭 가득한 메세타 고원만 걸어보고 싶다.




4. 언제 걸을 것인가?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름이 성수기고, 겨울이 비수기다. 특히 8월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순례객이 정점을 찍으며, 숙소 잡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진다. 스페인의 타는 듯한 더위는 덤이다.


필자의 경우 5월에 시작해 6월까지 걸었는데 한국의 초봄 정도의 날씨였다. 낮에는 햇빛이 조금 따갑지만 습하지 않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푸르게 물든 밀밭과 화창한 날씨가 정말 인상적이다. 순례객도 그렇게 많지 않은 시기다. 사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한국에서 걷기 좋은 때가 그곳에서도 걷기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5. 준비물


자전거로 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기본적으로 도보 여행길이다. 이 점만 기억하면 된다.


우선 체력을 길러야 한다. 엄청난 고행길은 아니지만, 그저 산책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매일같이 20~30km를 걸어야 하는데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전체 일정이 힘들어진다. 운동선수 같은 체력은 필요 없지만 최소한 내 가방을 메고 매일 걸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 한두 달 전부터 매주 등산을 했고 헬스장에서도 틈틈히 운동을 했다. 어렵다면 매일 동네 한 바퀴라도 걸어야 한다.


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발이다. 자갈길이 많고 산을 오르는 경우도 있어 등산화를 신어도 발이 아플 때가 많다. 물론 샌들이나 운동화를 신고 오는 경우도 많으니 자기 취향껏 고르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스틱(지팡이)은 챙겨가는 게 좋다. 특히 내리막에서 무릎을 보호해 줄 것이다. 가벼운 고글과 모자, 날씨에 맞는 복장, 우비, 장갑 등 기본적인 트래킹 복장을 갖추는 게 좋다. 꼭 기능성 의류로 중무장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본인에게 맞는 편한 옷을 입는게 중요하다. 사실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이에 관련해서는 다른 게시글에서도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4편에서 일괄적으로 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유용했던 것은 일기장, 커다란 옷핀, 그리고 발가락 양말이다. 항상 알베르게(순례자용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 침대에 누워 일기를 썼다. 간단하게나마 하루에 관해 쓰면 나중에 돌이켜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옷핀의 경우 마르지 않은 수건이나 양말을 배낭에 매다는데 썼다. 매일매일 빨래를 해야 하는데 빨랫감을 미처 말리지 못한 경우 정말 유용하다. 발가락 양말을 신고 그 위에 등산용 양말을 덧신으면 물집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 바세린을 바를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길 하나하나를 느끼겠다는 마음, 그리고 약간의 매너다. 2편에서도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 그럼 이제 산티아고 순례길을 본격적으로 떠나보자.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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