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선까지 바쁘게 올라가던 코스피 지수가 숨 고르기를 하는지 1/18(월) 기준 3,013선까지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오늘 거래량 상위종목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버스 ETF가 차지했다. 인버스 ETF는 주가지수가 내려가는 것에 베팅하는 전형적인 단타 매매 상품이다. 아마 이제 지수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해 해당 종목에 몰린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레버리지 ETF는 주가지수가 오를 것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인버스나 레버리지 ETF 등의 파생형 금융상품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그 비중이 작다. 하지만 특이하게 한국 시장에서는 심심찮게 거래량 상위를 차지하곤 한다. 지수의 흐름보다 2배, 3배 빠르게 오르거나 내려가기에 화끈한(?) 투자를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듯하다.
사실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그동안의 소위 '박스피' 시장에서는 유효한 전략이기도 했다. 일정한 구간에서 주식 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니 내려갈 때는 인버스, 올라갈 때는 레버리지 하는 식으로 접근했을 때 얼마간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었다. 한국 시장에서는 장기투자보다는 단타 매매가 더 적합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기로 10년, 20년을 묻어두어도 수익률에 거의 변화가 없으니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도를 타고 수익을 그때그때 챙기는 게 낫다는 것이다.
2007년 코스피 지수가 2,000을 처음 돌파한 이후 13년 만에 3,000을 돌파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했던가. 1,40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두 배 이상 반등하며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인버스나 레버리지 ETF에 베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인버스, 레버리지 ETF 투자 전략이 성공하기 어려운 3가지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1. 단기적인 시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영화 <빅 쇼트>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시장이 폭락할 것에 베팅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은 모두가 망할 때 엄청난 금액을 벌었다고 한다. 인버스 ETF, 특히 일명 '곱버스'라고 불리는 2배, 3배짜리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이런 가능성에 자신의 재산을 건다.
이런 말이 있다. 10억 년 뒤, 1억 년 뒤는 예측하기 쉽지만 1년 뒤는 오히려 예측하기 어렵다고. 예측 대상으로 삼는 기간이 짧아질수록 노이즈(Noise)가 심해 도리어 어떻게 흘러갈지 알기 어렵다. 반면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가치투자든 성장주 투자든 하나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은 '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별종목은 끊임없이 명멸한다. 하지만 시장 그 자체는 계속해서 성장한다. 미국 시장의 대표적인 지수인 S&P 500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박스피라고 맨날 구박받는 코스피 지수도 전체적으로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장기투자가 성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적인 예측은 어렵지만, 시장 자체는 성장하기 때문에 그쪽에 돈을 묻어두면 엄청나게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 몇몇 이들은 이런 생각에 반기를 들며 종목의 등락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인덱스 및 레버리지 ETF에 베팅하며 패시브(Passive) 투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장을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떤 특정 종목이 빠지든 오르든 그 이유에 대한 분석은 사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예측 그 자체가 결과값을 바꿔놓기도 한다. 어떤 종목이 오를 것이라고 소문이 돌면 너도나도 사느라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그 예측이 맞았다고 해야 할지, 예측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 결과적으로는 맞았지만 그걸 유효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 ETF를 엄청나게 매수했지만 최근 계속 이어진 상승장에 연일 손해를 보고 있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처음 터지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던 때였다면 수익을 냈을 것이다. 아래 차트를 보면 코스피 지수가 바닥을 찍었던 작년 3월 최고가를 갱신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최근 거의 1/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일 거래량 1위인 종목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모습이다.
2. 손해는 이익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기분이 나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손해가 이익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같은 비율로 손해와 이익을 반복한다면 결과적으로는 마이너스 수익률로 마감하게 된다. 그만큼 이른바 헷지(Hedge), 즉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인버스 ETF나 레버리지 ETF는 이러한 헷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주식이 올라갈 것에만 대비하는게 아니라 마치 자산 배분을 하듯 내려갈 것에도 어느 정도 베팅을 해두는 것이다. (레버리지는 그 반대)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파생형 상품이 주요 투자상품으로 쓰인다는 데 있다. 보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주 무기로 삼는 것이다.
만약 2배, 3배짜리 곱버스 상품을 썼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손해는 안 그래도 이익보다 더 크게 움직이는데 아예 손해 자체를 2배, 3배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얼마간의 수익을 얻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큰일이다. 실제로 최근 인버스 ETF에 투자를 한 사람들은 -30% ~ -50%의 수익률을 보이며 그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또 인버스 ETF와 레버리지 ETF는 횡보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횡보장에서는 수익과 손해가 반복되는데 손해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에 결국은 하락하는 구조로 마감한다. 즉 일관되게 쭉 내려가거나 쭉 올라가는 지수 상황에서만 유효하다. 베팅하기에는 굉장히 낮은 확률이다.
3. 일반 주가 추종 ETF 대비 수수료가 높다.
여기에 더해 인버스 및 레버리지 ETF의 경우 그 수수료가 다른 상품에 비해 비싸다. 계속해서 투자자산을 변경해야 하고, 선물 등 파생상품 위주로 구성을 하기에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ETF 상품에 비하면 2~3배 정도 비싼 수수료를 감당해야 한다. 안그래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데 가만히 있으면 계속해서 비싼 수수료가 누적되는 것이다. 이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이용한 성공을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제는 인버스 ETF를 살 때는 기본예탁금 1,000만 원을 예치하고 및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물론 실효성 측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나 싶다.
주식 투자는 투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투자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비전이나 재무 건전성이 아닌 차트에만 주목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무조건 실패한다, 이렇게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테크는 결국 확률 게임이고 확률이 높은 쪽에 베팅하는게 승률이 높다. 이런 판단하에 자연스러운 결론을 내린다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수익을 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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