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기준 코스피 지수는 3,148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무려 3,258포인트에 닿았다. 지난 3월 1,400포인트에서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누군가는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유동성에 의한 단기적인 성과라고 말한다. 사실 조금만 전으로 기억을 되짚어보면 아무도 코스피 3000시대를 말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2800에서 많아도 2900 정도로 예상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벙찌게 되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짤막한 교훈 하나, 바로 주식시장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 모든 기업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름의 결과치를 뽑고 유동성의 흐름을 읽어낸 결과로 말한 예측이 틀리지 않는가. 하물며 한 개인의 예측은 어떨까. 애초에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코로나 사태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재테크 세상에서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여기서 그나마 정답에 가까운 것이 바로 자산 배분이다. 아마 조금만 재테크에 관해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자산 배분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이런 말도. 하지만 이렇게 코스피가 말 그대로 미친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이런 잔소리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개인들은 이제 '영끌'을 통해 주식시장에 베팅하고 있고 거는 족족 결과물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지금 한창 장이 좋은데 자산 배분이라니.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투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은 아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이다. 흔히 말하는 자산 배분, 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면 왜 꼭 자산을 배분해서 넣어야 할까? 가장 수익률이 좋은 자산으로 구성하면 그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시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전문가들의 예측도 매번 빗나가는 게 현실이다. 물론 누군가는 미래를 맞히지만 그건 굉장히 소수인 데다 우연에 기댈 확률이 높다. 계속 시장이 망한다, 망한다 이렇게 일괄적으로 말하면 언젠가는 진짜 망한 시장을 맞춘 스타가 될 수 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처럼.
하지만 재테크가 결국 확률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가장 확률이 높은 곳에 베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그래도 테슬라나 바이오주 같은 변동성이 큰 주식에 그야말로 '몰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일례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세계 1위의 부자가 되지 않았는가? 그는 지난 1년간 무려 146조 원을 벌어들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한 명이고 나는 그 한 명보다는 나머지 70억 명에 속할 확률이 훨씬 높다.
앞선 글에서 재테크의 목적을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 나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하게'는 결국 리스크를 분산하고 줄이는 것이다. 자산 배분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여러 자산을 조합해 어느 상황에서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투자 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수-매도 타이밍이나 종목 선정이 아니라 자산 배분이라고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손해가 수익보다 더 큰 무게감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CEO다. 그는 이른바 '레이 달리오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사계절 포트폴리오(All-Weather Portfolio)이다. 이는 경기의 사계절을 모두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결론만 말하면 주식 30%, 장기채권 40%, 중기채권 15%, 금 7.5%, 원자재 7.5%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미국 기준이기도 하고, 꼭 이 비율을 따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비율로 구성하든 반드시 자산 배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승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주식, 하락장에서 자산을 지켜주는 채권, 대안화폐의 기능을 하는 금, 경기와 함께 상승하는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섞어 방어율을 높였다. 한마디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맹목적으로 그의 포트폴리오를 따르기보다는 그만큼 자산 배분이 중요하며, 여러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자산을 묶어야 한다는 교훈 정도를 얻어갈 수 있다.
이제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다. 너도나도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빚을 내서까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예전과는 다르게 더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한창 주식 비중을 늘리다 이제 금과 채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매월 주식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잠시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게 없다. 코스피 3000시대가 개막한 요즘, 조금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산 배분을 통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재테크의 본질에 가까운 투자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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