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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지도, 힙하지도 않게 여행하기

정보 & 썰/여행

by 법칙의 머피 2020. 10. 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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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지도, 힙하지도 않게 여행하기


여행을 하든, 데이트를 하든, 친구와 약속을 잡든 목적지를 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핫하거나, 힙하게 가는 것이다. 그래서 검증된 맛집을 검색하거나(Hot), 골목 구석탱이에 있는 허름한 카페를 (Hip) 찾아간다. 사실 당연한 이치다. 여행자는 그 장소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어떤 형태로든 여행을 마쳐야 하니까.


그래서 이런 여행지에는 항상 사람이 넘친다. 지금이야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거의 없지만 오사카를 가면 절반이 한국 사람이다.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함박 스테이크 집에 앉아 있었는데 대기하는 손님도, 안에 있던 손님들도 거의 다 한국 사람이다. 순간 여기가 오사카인지 영등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른바 '힙하다는' 곳도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대중과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당찬 걸음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 탓이다. 그렇게 힙스터의 성지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광장이 되어버린다.


본래도 이런 장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핫하든 힙하든 사람이 모여드는 곳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그 전부터 있었다. 그러다 이상한 루트로 빠지기도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독특한 경험이 되었다.


사람마다 아마 저마다의 여행 방식이 있다. 나는 주로 많이 걷는 편이다. 거리가 조금 멀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택시나 툭툭이를 탄다. 교통비를 아끼겠다는 원초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도보여행이 주는 우연성에 기대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렇다고 마냥 정처 없이 떠돌지는 않는다. 동시에 랜드마크나 맛집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냥 몇 군데 포인트를 찍고 그곳까지 걸어간다. 그렇게 가이드북이나 블로그에 나오지 않는 멋진 우연을 마주친다.


어느 도시를 가든 그곳에 있는 공원은 꼭 가보는 편이다. 공원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그 나라나 도시의 정수를 담은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예 관광지로 지정되지 않은 이상 그곳 주민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켜놓고 녹색만 보이면 우선 그쪽으로 돌격한다. 딱히 유명한 곳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렇게 힙하지도, 핫하지도 않은 곳을 여행한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아예 내가 사는 동네를 이렇게 여행할 수도 있다. 이걸 '마이크로 투어'라고 부른다고 한다. 코로나 시국에 하나의 마케팅 용어로 활용되고는 있지만 어쨌든 취지는 비슷하다.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산책 루트를 개발해보거나, 그냥 지나쳤던 동네 카페를 가보는 식이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조금 더 세밀하고 섬세하게 주변을 즐길 수 있다. 당연히 극적인 재미는 없겠지만 그것만이 여행의 묘미는 아니니까.


핫하지도, 힙하지도 않게 여행하는 이 이상한(?) 여행법이 언젠가는 핫해지고, 또 힙해질거라고 굳게 믿으며, 이상 글을 마친다. 좀 이상한 결론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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