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서적을 읽어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
자기계발 서적은 아마 가장 호불호가 갈라지는 장르의 책일 것이다. 삶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책이라며 칭송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간 낭비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자기계발 서적은 효율성 측면에서는 가장 좋은 책이다. 각 학문 분야나 사례 중에서 소위 엑기스만 뽑아서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계발 서적을 읽어도 왜 나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까? 그 이유가 뭘까? 단순히 그 책이 안 좋아서일까? 그렇다기엔 이미 그 책을 읽고 달라진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의 간증이 이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문제는 나에게 있는 건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삶의 관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성이란 자신의 현재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이야기한다. 이는 물리학뿐만이 아니라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일정한 방식이 있다.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근본적인 인생관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지만, 그 모든 부분에는 자기 자신이 묻어난다.
그런데 갑자기 인생의 한 부분에서 끼어든 책 하나가 그걸 바꿀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이다. 조그만 자전거는 제동거리가 몇 미터 내외로 짧지만 거대한 선박은 방향을 한번 바꾸려면 엄청난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더구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성인이 삶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은 이런 삶의 조그마한 진리를 담고 있다.
만약 달라진 삶을 살고 싶다면 그만큼 강력한 한방, 혹은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의 의지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적어도 관성을 이길 만큼은 아니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도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뒤로 점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아예 차에 치이거나 거대한 로프로 뒤에서 잡아 당겨줘야 한다. 삶이 달라진다는 게 그만큼 어렵다.
다만 이는 삶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 역시 시사한다. 자기계발 서적은 아무리 좋아도 책 한 권에 불과하다. 다만 이를 내 시스템의 일부에 편입 시켜 조금씩 삶의 궤적을 돌리는 것은 가능하다. 오히려 자기계발서적에 기대가 클수록 이를 실천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자기계발 서적이 말하는 함의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할 수 있다며 외치지 않아도 좋다. 꼭 깊은 명상에 들거나 감사일기를 쓸 필요도 없다. 다만 그런 해결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기억하자. 자기계발 서적에는 각 학문 분야에서 저자가 생각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적혀있다. 왜 이런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면적인 행동에만 머문 채 비슷한 인생을 마주하게 된다.
예수는 비유를 즐겨 사용했다. 하지만 군중은 그 문장 자체에 집착하며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자기계발 서적은 그 손가락이고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자기계발 서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만한 사람일 때 그만한 효과를 낸다. 책 한 권을 읽고도 삶이 달라질 수 있게끔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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