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코로나 시대, 그래도 여행을 떠나자
코로나 사태 이전, 그 기억나지도 않을 때와 지금, <여행의 이유>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여행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사실 이 말은 틀렸다. 지금도 얼마든지 여행은 떠날 수 있으니까. 동시에 맞기도 하다. 사실상 못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운이 좋더라도 자가격리를 당하고 '왜 굳이 지금?'이라는 시선을 받아내야만 한다. 그래서 그렇게 굳이 가야 하는 <여행의 이유>가 내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여행의 이유>는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까지 수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났다.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일부분처럼 말이다. 하지만 굉장히 적은 일부만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뭐하러 그 돈을 내가면서 그 고생을 해가면서 비행기에 꾸역꾸역 몸을 실어야 할까? 그 모든 호객행위와, 불쾌한 경험과, 위험성을 감수해가면서 말이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말한다. 여행이 끝나야만 알 수 있는 이유도 있다고. 이는 결국 '여행의 이유'를 세 개의 층위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여행하기 전의 이유, 여행하면서 알게 되는 이유,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이유 말이다.
여행하기 전까지 여행자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것저것 계획을 세운다. 어떤 컨셉이나 테마를 정하기도 하고, 가이드북이나 블로그도 뒤지고, 멋들어진 영상을 만들 계획까지 완벽하다.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 가서는 그 계획의 반만 실현해도 다행이다. 여행지는 책 속에 박제된 세상이 아닌 혼돈의 세계다. 그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왜 여행 왔지? 특히 고생스러울수록 더 그렇다. 그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왔을 때, 기분 좋은 우연을 마주했을 때 알게 된다. 나, 이래서 여행을 왔구나 하고.
하지만 정작 여행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에 이르는 건 그 다음이다. 여행이 끝나고, 떠나왔던 집으로 돌아와 일상 속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말이다. 정말 뜬금없는 맥락에서. 그 모든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제야 아는 거다. 그렇게 다음 여행을 다시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며 이 사이클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제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 취급을 받는다. 이제 아무리 멀리 가고 싶어도 제주도 정도다. (제주도민에게는 죄송합니다) 매년 관광수지 적자 폭을 늘리던 사람들이 이제 멈춰 섰다. 사실 이때만큼 여행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때도 없을 것이다. 남들이 가니까 떠나던 여행을 왜 가야 하는 건지 찬찬히 곱씹어보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 난 아직도 여행을 원한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다. 이 갈증을 풀어줄 무언가가 그 여행지에 있다고 굳게 믿고서. <여행의 이유>는 요즘 같은 시대에 떠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더 부추긴다. 그래, 여행을 떠나자. 이유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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