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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붉은 광장 여행 - 사회주의의 중심에서 자본주의를 보다

정보 & 썰/여행

by 법칙의 머피 2020. 7. 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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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붉은 광장 여행

- 사회주의의 중심에서 자본주의를 보다


붉은 광장은 모스크바 여행의 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유럽으로서의 러시아를 보여줬다면, 모스크바, 그중에서도 붉은 광장은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러시아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은 서방의 자본주의를 한창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붉은 광장은 모스크바의 주요 관광지가 밀집된 곳이고, 모스크바 여행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사각형 광장이고 각 면마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랜드마크가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한편에는 대통령이 사는 크렘린 궁이 서 있다. 첨탑마다 달린 붉은 별이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과거를 추억하듯 밝게 빛난다.


그 앞에는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했던 레닌의 묘가 있고, 테트리스로 유명해진 성 바실리 대성당, 굼 백화점, 모스크바 국립 역사박물관을 볼 수 있다. 모스크바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이곳을 매일 한 번씩은 꼭 들러서 구경했다. 다른 곳으로 여행하기도 좋다.





여러 여행지를 다녀봤지만,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만큼 상념에 빠지기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곱씹어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세계를 양분했던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한 곳이자, 지금은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살아가는 러시아의 모습을 이보다 더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곳이 있을까 싶다.


독일 트리어 출신의 칼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 국가를 꿈꾼 이후, 레닌은 혁명을 통해 이를 실천에 옮긴다. 그렇게 모스크바는 한때 서방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소련의 사회주의 정권은 자체적인 모순 탓에 점점 뒤처졌고, 결국 스스로 무너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지금의 러시아 연방이 다시 세워졌다.


혁명을 주도했던 레닌의 묘가 붉은 광장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굼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과 그 옆으로 펼쳐진 명품 거리가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곳곳에서 세일도 하고 있다. 가장 사회주의다운 곳에서 자본주의가 꽃 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든다. 





사회주의 혁명은 이상적인 구호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결국 자체적인 도그마와 모순에 발이 걸려 대차게 넘어진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보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이 인간의 본성에도 더 부합했다. 모스크바의 사회주의가 교조적인 이념을 강조할 동안 뉴욕의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리고 역사는 누가 이겼는지를 담담하게 비추고 있다.


이제 자본주의는 거의 유일무이한 체제로서 자리하고 있다.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를 역사의 종언이라고 불렀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인류 역사의 최종 형태라는 것이다. 두 체제가 만들어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아니, 감히 다른 체제를 상상하는 것 자체를 불경하다고 여기는 이도 많다.


하지만 세상의 중심은 점차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비단 붉은 광장에서 피어난 사회주의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트럼프의 당선, 브렉시트,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 요구 등 민족이나 국가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이념이 피어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도리어 자유무역의 가치를 부르짖는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다.


또 인공지능의 등장은 어떤가? 최초로 소비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유능한 존재가 등장했다. 이제 생산도, 소비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본주의의 가치를 믿을 수 있을까? 음, 너무 갔다 싶다. 지금은 그저 붉은 광장에서 사방을 돌아보며 이 감각을 한껏 느끼고 싶다. 사회주의의 중심에서 자본주의를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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