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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드 <셜록>이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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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19. 10. 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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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드 <셜록>이 아쉬운 이유


본격적으로 미드에 빠져들었던 계기가 <왕좌의 게임>이라면 영드는 <셜록>이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도 좋아했던터라 호기심에 봤는데 그대로 빠져들고 말았다. 영드 <셜록>은 기본적으로 원작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원작의 소재와 캐릭터는 차용하되,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는 마차 대신 택시를 타고, 왓슨 박사는 블로그를 통해 셜록의 무용담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어느 드라마든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바로 배우의 연기, 그리고 연출이다. <셜록>도 마찬가지다. 셜록 홈즈는 천재다. 그것도 스스로를 '고성능 소시오패스'라고 할만큼 반사회적인 천재다. 셜록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무표정하게 추리를 이어나가거나, 독특한 행동을 연기하며 이를 표현한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생각이 떠다니는 텍스트나 일명 '마음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공간, 여러 템포의 촬영기법 등의 연출을 통해 표현된다. 어두운 배경이나, 음악, 회상 신을 통해서 그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입체적인 노력을 통해 캐릭터가 구축되고, 작품을 이끌어나간다.





<셜록>은 이 셜록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맛깔나게 구축했고, 여기에 모리어티라는 전대미문의 악당이 더해져 두툼한 팬덤을 형성했다. 최근 마블을 위시한 디즈니의 영화들이 전세계 영화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도 바로 캐릭터에 있다. 서사 자체는 평범하지만 멋진 캐릭터들이 종횡무진 활약을 하니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다만 이 영드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한다. 특히 시즌 3부터는 개연성이 조금씩 떨어지며 마치 <왕좌의 게임>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다. 셜록이라는 천재 역시 한 명의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셜록> 특유의 시원시원한 추리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결말이다. <데스 노트>에서 L이 죽었을 때와 비슷한 전개가 모리어티의 죽음 이후 펼쳐지니 더욱 그럴만하다. 매력적인 라이벌이 사라지고, 특이하기만 한 악당들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되는 것이다.




원작을 재해석한다는 것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검증된 소재가 있다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그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두배로 욕을 먹는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원작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 중 가장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애거서 크러스티의 '포와로'나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펭' 역시 매력적이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셜록 홈즈'에게 밀린다. 리메이크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인 것이다.


영드 <셜록>은 그런 차원에서 분명 성공한 작품이다. 원작의 기반 위에서 드라마만의 색깔을 가지고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다만 그 색깔이 후반에 들어서는 도리어 독이 되는 경우가 생겨났다. 단순히 원작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다만 <셜록>만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면서 차라리 원작에 충실하라는 비판을 들은 것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작을 가진 작품의 한계 아닌 한계 때문이었을까? <셜록>이 못내 아쉬운 이유 중 하나다.



끝까지 힘을 잃지 않으려면


일본 만화 중에는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한 숱한 작품들이 존재한다. <드래곤볼>처럼 꾸역꾸역 끌고가던 시리즈가 명작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용두사미로 빠져들게 된다. 여기에는 출판사의 압박이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런 현상은 미드나 영드를 비롯한 드라마 시장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무리수를 두다 좌초되는 것이다.  영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쏘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돈맛을 알아버린 투자자들이나 제작사가 같은 시리즈를 우려먹으며 더욱 더 자극적인 장면만 내보인다.





이런 현상을 피하려면 처음부터 시리즈를 깔끔하게 기획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우선 드라마가 성공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제작비가 한정되어 있는 이상, 제작을 이어나가려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투자는 대개 과거의 성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이제 처음 내보이는 작품을 가지고서 투자자나 제작사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설령 제작에 착수했다고 해도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된다. 대중의 입맛에 부합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나름의 신념도 있어야 한다. 대중 (또는 제작사 및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무리하게 시리즈를 연장했다가 뱀의 꼬리가 되어버린 아쉬운 작품들을 가끔 보게된다.


<셜록>은 '뱀의 꼬리'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처음의 작품성을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하면서 어정쩡하게 마무리되었다. 지난 에피소드를 모두 봐온 시청자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새삼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처럼 끝까지 힘있게 밀고 나가는 작품들이 대단하다. 결국 자신과 대중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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