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드>
- 드라마에서 연출이 중요한 이유
영화나 드라마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캐릭터 (및 배우), 플롯, 그리고 연출이다.
드라마 <보디가드>는 그중에서도 연출이 중요한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나 플롯도 좋지만, 특히 연출이 눈에 띄었다. 그 덕분에 화제가 되어 나도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시즌 1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게 원망스러울 만큼 재밌었다.
다만 <보디가드>가 연출로만 승부를 보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뒤통수를 때리는 플롯, 정치적인 알력 관계, 예민한 이슈를 다루는 주제 의식 등 짧은 시즌 안에 알차게 담아낸 작품이다. 물론 영드 특유의 착 가라앉은 분위기와 불편할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미드-영드 매니아들에게는 이 정도야. 분명 빠져들게 될 것이다. 왜 마지막 화를 1700만 명의 영국인들이 시청했는지, 한번 경험해보자.
테러리즘과 빅 브라더
최근 IS의 수뇌부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이들의 활동은 여전하다. 세상은 점점 안정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거의 유일하게 이 흐름을 반대로 돌리려는 집단이 바로 테러리스트다.
이들은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할만한 힘이 없다. 군사력이나 자금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들이 자양분으로 삼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폭력'이다. 테러리스트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공공장소나, 축제 현장 등을 노린다. 자신의 메시지를 더 극적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 문명의 심장인 유럽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전개하려 한다. 드라마 <보디가드>의 배경이 되는 영국 런던에서도 2005년과 2017년에 두차례의 테러가 있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이런 주제 의식의 작품이 나온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다만 <보디가드>가 비판하는 것은 테러리즘뿐만이 아니다. 테러리즘을 이유로 국민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정부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한다. 테러를 결코 옹호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빅 브라더' 역시 달갑지는 않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 사생활을 포기할 수 있을까? 정부의 손에만 그 힘이 주어진다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서스펜스(Suspense)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드라마 <보디가드>는 결코 잔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총격전부터, 주인공의 로맨스,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긴장감의 연속이다. 이렇게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을 괜히 어려운 말로 서스펜스(Suspense)라고 한다. <보디가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과, 앞서 언급한 특유의 연출로 서스펜스를 끌어낸다.
그 연출이 뭔지 경험하고 싶다면 BBC 공식 유튜브 채널에 17분 분량의 <보디가드>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으니 맛보고 오자. B급 공포영화에서 자주쓰는 Jump Scare (갑자기 귀신이나 살인마가 튀어나오는 연출; 갑툭튀) 없이도 가슴이 쫄깃해질 것이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조각이 맞춰지며 다시 한번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에서 연출이 중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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