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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만화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컨텐츠/만화&애니메이션

by 법칙의 머피 2019. 11. 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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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없던 시대


한때 출판만화가 만화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웹툰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만화잡지 출판사는 달마다 또는 격주로 잡지에 작가들의 작품을 연재했다. 그러다 반응이 좋으면 연재분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하거나, 아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일본에 비해 시장이 작았던 국내에서는 드문 일이었지만.


그러다 이른바 만화 대여점이 전국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만화잡지나 단행본을 사보기 부담스러웠던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을지언정 정가의 10% 정도의 가격으로 컨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 만화잡지는 거의 사장된다. 만화 대여점에서 잡지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단행본은 만화 대여점이 대량으로 구매해준 탓에 명목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장은 더욱 축소되었다. 팬들은 많아지는데 작가들은 대가를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여기에 다시 한번 불어닥친 폭풍우가 바로 불법 스캔본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스캐너도 보급되면서 만화는 이제 단행본이 아닌 페이지로 즐기는 컨텐츠가 되었다. 아예 사이트를 차려놓고 불법 스캔본만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했고, 이들은 광고를 실어 광고료로 떼돈을 번다. 하지만 만화가들은 다시 한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비단 만화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작권 개념이 거의 없다시피했던 국내 시장에서 컨텐츠는 돈주고 즐기면 바보가 되는 그 무언가가 되었다. 게임, 영화, 음악, 만화, 소설 등 수많은 컨텐츠들이 무료로 소비되었다. 정작 컨텐츠를 만들어낸 창작자들에게는 땡전 한푼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저작권 도둑들을 때려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저작권법이 강화되고 실제로 처벌도 이루어졌다. 최근 만화 불법 스캔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후자는 기업들의 몫이었다.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며 드라마, 영화 등의 컨텐츠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음원 사이트가 속속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웹툰 서비스다. 그렇다면 웹툰은 이 침체된 만화 시장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왜 그런지 한번 살펴보자.




웹툰이 제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사람들은 생각했다. 작금의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는지. 이미 불법 스캔본으로 인해 만화 시장은 절단이 나버렸다.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웹에 업로드해도 어차피 누군가는 불법적으로 이를 복제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컨텐츠를 무료로 공개해버리자. 그리고 다른 요소에서 수익을 창출하자.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만화 시장은 요동치게 된다. 네이버나 다음, 야후 (지금은 사라진) 같은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무료 웹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느정도 트래픽이 쌓이자 웹툰 업계는 부가 서비스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시작했다. 다음 연재분을 미리 볼 수 있는 미리보기, 연재가 종료된 작품을 다시 볼수 있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웹툰과 연계하여 게임을 제작하거나, 굿즈를 팔거나, 단행본을 출간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된 수익은 웹툰 작가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었다. 만화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입의 불안정성이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만화 시장은 창창대로만 걸으면 되는 것일까?



웹툰은 웹툰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웹툰 시장은 거대해졌지만 기존 출판만화 시장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웹툰은 만화 시장에 나타난 새로운 플레이어지, 완벽한 대체재가 아니다. 아래나 옆으로 스크롤을 움직이며 보는 방식이라든지, 그림체라든지, 플롯의 전개같은 부분들이 많이 달라졌다. 둘을 같은 '만화'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이다.


몇몇 작가들은 출판 만화 시장에서 웹툰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암행어사>의 양경일, <키드갱>의 신영우, <구현동화전 마루한>의 박성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작가와 작품들은 침체된 출판 만화 시장에서 헤매고 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만화 역시 불법 스캔본에 허덕이고 있다. 차라리 다른 컨텐츠처럼 출판 만화만을 위한 구독형 플랫폼 내지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출판 만화는 어정쩡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래서 웹툰이 만화 시장의 구세주가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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