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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절망은 현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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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21. 6. 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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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여성,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보고서다. 절망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인스타그램에 빠져 살지만, 절망으로 가득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이 책이 내보이는 건 단순히 절망스럽기만 한 현실이 아니다. 도리어 희망이 남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더 힘내서 살아보자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다독인다. 냉철한 현실 분석과 관찰이 돋보이는 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가 말하는 '절망'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난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었)다.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된 김에 계정을 새로 만들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책의 표현대로라면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로 가득하다. 예쁜 카페, 맛집, 미남미녀, 여행지, 마케팅 미사여구로 말이다. MZ세대로 대변되는 청년 세대는 인스타그램에 내보일만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이전세대가 명문대-대기업-'정상' 가족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인생 루트를 따르기 위해 삶을 바쳤듯이 말이다.

 

이미 기성세대가 독점한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청년 세대는 취업,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등 너무도 당연했던 인생 루트를 따라가기 버겁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인스타그램을 위시한 여러 SNS에 포스팅할 수 있는 이미지를 획득하려 노력한다. 물론 이런 노력은, 다양한 삶의 형태를 긍정하는 현재의 시대적 기류와도 맞닿아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된다. 플랫폼 자체의 특성도 있겠지만 인스타그램은 내 가장 빛나는 면을 전시해야 하는 일종의 진열장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절망' 같은 이미지를 올린다는 것은 이 시대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여성으로 사는 삶도, 집단주의하에서 신음하는 개인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삶에는 절망이 가득하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성별, 집단 간의 갈등도 극심하다. 문제는 그 대결 구도가 기득권-비기득권이 아닌 비기득권끼리의 다툼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기득권은 그 자체로 분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기득권끼리의 싸움을 부추겨 이득을 챙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대양당이 나눠 먹는 현재의 정치지형이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지만 정작 그 이념적인 아젠다를 수호하는 것에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매일의 현실 속에서 절망을 맞이하는 청년, 여성, 개인은 차라리 절망이 없는 세계로 도망치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인스타그램이고, 유튜브이고, 게임이다. 하지만 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말한다. 현실에는 엄연히 절망이 있다고. 우리끼리 물고 뜯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차라리 그 절망을 직면하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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