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읽은 <90년생이 온다>
<90년생이 온다> 같은 집단론을 다룬 책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일반화'이다. 남녀의 특징, MZ 세대의 특징, 한국 사람의 특징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집단이라는 것은 수많은 개인의 모임이고, 그 안에서는 필연적으로 아웃라이어가 생긴다. 일관된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일종의 '돌연변이'가 매번 발생하는 것이다. 이 돌연변이는 집단에 대한 정의를 무력화시키고, 또 변화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책 <90년생이 온다>에 대해서는 조금 너그러운 마음을 먹기로 했다. 나 역시도 90년대생이기에 '우리 세대'에 대해 다룬 책이 신선하기도 했거니와, 모든 개별 사안에 대해 다루다가는 집단론에 관한 책 자체가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섬세하지 못할지언정 큰 그림을 그려주는 이런 책도 필요한 법이다.
책 <90년생이 온다>는 90년대생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규정한다. 간단함, 재미, 그리고 솔직함이다. 이는 사실상 디지털 네이티브로 살아온 90년대생의 시대적 환경에서 기인한다. 인터넷 환경은 모든 것이 빠르고 투명하게 퍼져나간다. (물론 예외도 많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오던 90년대생은 이제 사회라는 현실과 마주한다. 자신만의 관념을 간직한채로.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 사회는 참 독특하다. 같은 문화권이라고 불리는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렇기에 유례가 없는 지금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 이후의 과정은 결국 글로벌 스탠다드(사실상의 서구화)에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9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가 부딪히는 지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주파수를 맞추고 싶어 하는 90년대생과 한국 고유의 문화를 지속하는 기성세대 말이다. 서구권에서는 흔한 정시퇴근 문화, 조직의 수평화, 다양성 존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반박이 있을 것이다. 이전 세대가 일군 민주화나 경제발전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가려는 노력이 아니었느냐고. 사실이다. 다만 그 과정은 서양과는 달리 매우 급격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적인' 문화를 잔뜩 머금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독특한 사회가 구성되었다. 경제발전으로 나라는 부유해졌지만, 여전히 노동의 질은 좋지 않고, 선거제도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지만, 수직적인 사회. 90년대생은 이런 사회를 '꼰대'로 규정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간다.
다만 이것 역시 나의 생각일 뿐이다. 비록 90년대생이지만 나 역시도 이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은 개인으로 귀결된다. 이 간단한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90년생이 온다>는 분명 반가운 책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90년대생을 모두 파악했다는 오만을 저지르지 않기를. '요즘 젊은 아이들과 이제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겠군'이라며 착각하지 않기를. 무슨무슨 세대 이전에 사람으로서 대한다면 이런 책을 보지 않더라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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