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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쳐 3: 블러드 앤 와인> - 왜 하필 피와 포도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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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21. 3. 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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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에는 두 가지 확장팩(DLC)이 있다. 바로 <하츠 오브 스톤>과 <블러드 앤 와인>이다. 이 DLC는 <위쳐 3>가 가진 각기 다른 색깔을 각자의 방식으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죽음과 생명, 오컬트와 유머, 검은색과 붉은색이 바로 그것이다. <하츠 오브 스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고, 이번에는 <더 위쳐 3>의 두 번째 DLC인 <블러드 앤 와인>을 감상해보자.

 

 

<더 위쳐 3: 블러드 앤 와인>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본편이나 <하츠 오브 스톤>과는 다른 작품이다. 그동안 있는 대로 힘을 주고 달려온 게롤트에 대한 헌사이자,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죽이다. 시종일관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가 넘쳐나는 <더 위쳐> 세계관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주 밝고 경쾌한 배경을 보여준다. 거의 카메라 필터를 씌운 듯 <블러드 앤 와인>이 펼쳐지는 투생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하다못해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의 때깔(?)도 차원이 다르다.

 

작품 곳곳에 숨어있는 패러디 요소나 유머는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준다. 마치 달달한 포도주(Wine) 한잔처럼 말이다. 사실 <블러드 앤 와인>의 스토리도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다. 한 여인의 복수극과 거기서 비롯된 학살, 살인, 한마디로 피(Blood)가 넘쳐난다. 사실 포도주와 피는 <더 위쳐 3>, 더 나아가 유럽을 위시한 서방세계를 상징하는 두 축이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그렇게나 많은 피를 흘리고도 여전히 포도주 한잔에 취하며 낭만을 꿈꾼다. 그래서 이 둘의 조합은 다른 게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츠 오브 스톤>을 상징하는 색이 검은색이라면, <블러드 앤 와인>은 단연 붉은색이다. 게롤트의 검을 타고 흐르는 피, 투생의 와인 농장에서 빚어낸 포도주, 정열적이고 밝은 시민들, 뱀파이어에 의해 습격당해 불타오르는 투생. 붉은색은 생명을 뜻한다. 붉은 피는 혈관을 따라 열심히 산소를 나르고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시원한 와인 한잔은 생명의 싱그러움을 한껏 머금은 채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역동적이다.

 

반면 <하츠 오브 스톤>에서는 모든 것이 멈춰있다. 박제된 그림 세상, 아예 시간을 멈추는 군터 오딤이라는 존재, 죽어서 묻혀있는 시신들, 저택을 떠나지 못하는 망령. 생명과 죽음의 차이가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움직임이다. 죽은자는 말만 없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도 않는다. 모든 색을 흡수해 더 이상 달라질 수 없는 검은색이 죽음을 상징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20시간의 플레이 끝에 이 거대한 서사시를 끝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플레이 요소가 남아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가끔 한 번씩 들어가서 괜히 게롤트를 만나러 가는 건, 그만큼 이 작품이 내게 준 감동이 남아서다. <더 위쳐 3> 시리즈는 생각보다 더 오래 내 안에 남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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