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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드 <루시퍼> - 세 가지 키워드로 보는 드라마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by 법칙의 머피 2019. 11. 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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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드라마를 먼저 보고 이 글을 읽어주세요.


루시퍼 (Lucifer)


처음 <루시퍼>의 제목과 설명을 봤을 때 뭔가 오컬트적인 액션이나, 아니면 현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스러운 작품을 예상했다. 이런 기대는 단 1화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가장 유명한 악마의 이름인 루시퍼를 차용했고, 나름의 초능력도 등장하지만 <루시퍼>는 액션물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말하자면 로맨스 심리치료(?) 수사물이랄까? 뭔가 설명하기 어렵지만, 드라마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보통 CSI나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 같은 수사물은 유머가 조금씩 섞일지언정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루시퍼>의 감정선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병맛 코드도 많이 섞여 있고, 시종일관 능글맞은 루시퍼라는 캐릭터 탓에 꽤 가볍게 볼 수 있다. 또 40분 정도의 에피소드마다 사건이 종결되니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플롯이 마무리된다. 조마조마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1. 당신의 욕망은 무엇입니까?


<루시퍼>에서 주인공 루시퍼는 상대방의 욕망을 캐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이 주인공의 메인 능력으로 묘사된 이유는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모티프 중 하나가 '욕망'이기 때문이다. 나름(?) 수사물이다 보니 범인들의 동기가 줄줄이 나열되는데, 하나같이 사소한 욕망에서 동기가 나온다. 욕망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금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루시퍼>는 분명 욕망에서 나오는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풍자하고 있다. 그래서 루시퍼라는 욕망의 화신(?)을 통해 이렇게 묻는 것이다. '당신의 욕망은 무엇입니까?' 만약 내가 이 질문을 들었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뭔가에 목숨을 거는 것은 아주 사소한 욕망 때문일지도.




2. 관계에 관하여


작중에서는 심리치료사 린다라는 인물이 서로 다른 주인공들과 상담을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로맨스 수사물에서 뜬금없이 심리상담 장면이 나오다니. 처음엔 조금 황당했지만, 결국 이 장면이 작품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시퍼는 로스 앤젤레스 최고의 플레이보이지만 자신의 가족과는 불화를 겪고 있다. 루시퍼의 형 아메나디엘은 최강의 천사이지만 부모님에게 종속되는 삶을 살아간다. 결국 <루시퍼>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문제는 대부분 관계에 관련된 것이다. 각 캐릭터가 서로와 맺는 관계 속에서 문제가 생기고, 린다를 찾아가거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천상의 존재마저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들도 관계에서 기인하지 않는가. 우리는 항상 관계를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내려 그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작품에서도 이런 장면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독특한 구성이지만 그 함의는 가볍지만은 않다.




3. 천사들의 도시


<루시퍼>는 로스 앤젤레스(이하 LA)의 전경을 수시로 비춘다. 그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이 도시가 왜인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LA였을까?


우선 당연하지만 '천사들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이 도시의 이름이 캐릭터와 맞아서다. 앞서 언급했던 '욕망'과 '관계'도 생각해보자. LA는 할리우드의 근원지이자 스타트업의 성지이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 돈을 버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이다.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름의 질서가 생기고 관계가 정립되는 도시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인들도 많이 모여사는 곳이라 한국인 캐릭터가 가끔 등장한다. (샤이니의 <루시퍼>가 배경음악으로 나오거나, 2NE1의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또 가벼운 톤으로 플롯이 진행되는 만큼 밝은 분위기의 LA가 이래저래 적합하다. 장소적인 배경을 통해 작품에 색깔을 입힌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뉴욕이나 런던이 배경이었다면 작품의 톤은 굉장히 달라졌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도시를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에는 분명 루시퍼는 없겠지만 뒤엉켜 살아가는 생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드라마가 혹시 LA 홍보용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겠지? 별걸 다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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