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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 콜 사울> - 이름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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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20. 7. 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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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 콜 사울>

- 이름에 담긴 의미


드라마 <베터 콜 사울>은 <브레이킹 배드>의 프리퀄로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주제 의식이나 카메라 기법 등 비슷한 구석이 많다. 다만 <베터 콜 사울>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소재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름이다.


전작인 <브레이킹 배드>에서도 이름은 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월터 화이트는 마약 카르텔과의 대면 장면에서 굳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선을 상징하는 화이트(white)가 아닌 범죄자 하이젠버그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그의 짙어지는 옷 색깔만큼이나 월터 화이트라는 인물의 타락을 여실히 보여준다.



"Now, say my Name."

("자, 내 이름을 말해봐.")

"You are Heizenberg."

("당신이 하이젠버그군요.")

"You're god damn right."

("네 말이 맞아.")



이 드라마 세계관에서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냐는 차원에서의 정체성이자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지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 나오는 인물은 가명을 많이 사용한다.


가명은 언제 사용하는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싶을 때,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싶을 때,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나 역시도 블로그에서 머피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월터 화이트 역시 크레이지 에이트와의 대면에서 실명이 아닌 하이젠버그라는 즉석에서 만들어낸 가명을 댄다. 적어도 두 작품에서 가명을 사용하는 사람은 악인이다. 일종의 가면을 쓰고 그 뒤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베터 콜 사울>에는 이 가명에 대한 조금 더 디테일한 설정이 있다. 그 가명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킴 웩슬러다.





킴 웩슬러는 일관되게 도덕을 추구하는 인물로 보인다. 사울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고 무료 국선변호인도 자처한다. 하지만 그녀의 도덕의식이 흐려지는 순간에는 항상 두 가지가 등장한다. 바로 가명과 모스크 뮬(Moscow Mule)이다.


지미 맥길과 킴 웩슬러는 가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누군가를 속이는 장난을 친다. 그들은 자신을 성공한 인터넷 회사의 CEO나 남매, 모델 에이전시 따위로 소개하며 푼돈을 뜯어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칵테일인 모스크 뮬이 놓여 있다. 모스크 뮬은 진저 비어와 보드카를 광고하려고 만들어낸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한다. 마치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코카콜라의 광고가 만든 이미지다)와도 같다.


이는 킴 웩슬러라는 인물이 점차로 악에 물들어가며 사울의 뒤를 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베터 콜 사울>에서 킴은 아예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가명을 쓰기도 한다. 가볍게 넘어간 부분이지만 증거조작은 엄연한 범죄다.





지미 맥길은 어떤가? 그가 사울 굿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 자신을 싫어하던 형 찰스 맥길의 흔적을 지우는 것. 둘, 이제 본격적으로 범죄에 가담하는 변호사로서 정체성을 굳히는 것.


<베터 콜 사울>에서 사울 굿맨은 죄책감도 함께 느끼지만, 전작인 <브레이킹 배드>에서 이제 사울은 그런 도덕의식 따위는 벗어던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굳이 굿맨(Goodman)이라는 가명을 쓰니 <베터 콜 사울> 특유의 아이러니가 한껏 느껴진다. '정의가 가장 중요하다'(Justice Matters Most)던 한 변호사는 '돈이나 벌자'(Just Make Money)며 타락해간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는 어떨까? 드라마를 보았다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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