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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 속편이 전작보다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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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20. 6.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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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트 1 & 파트 2)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 속편이 전작보다 못한 이유


너티 독(Naughty Dog)의 신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The Last of Us Part 2 : 2020)가 출시되었을 때 유저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그 자체로 전설이었던 전작을 기억하며 이 속편에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전작의 아성을 절대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며 혹평을 했다. 출시 이전에 유출된 대본과 잦은 출시일 연기가 이유였다. 너티 독은 실사에 가까운 트레일러와 뛰어난 전투 장면을 공개했지만,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진 못했다. 결국 6월 19일 게임이 공개되었고 예약 구매를 신청한 많은 플레이어가 떨리는 마음으로 패드를 잡았다.


평론가와 유저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메타크리틱 기준 95점으로 전작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유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역시 속편은 전작만 못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지금도 이 게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가 대체 뭘까?


누군가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에 깊게 밴 PC(정치적 올바름)주의를 이유로 들었다. '백인 중년 남성'인 조엘을 뜬금없이 죽이더니 엘리를 성 소수자로 설정하고,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를 망쳤다는 것이다. 특히 '증오'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던 파트 2에서 갑자기 애비를 용서하는 엘리의 모습에서는 괴리감마저 느껴졌다. 전작에서 거침없이 적을 죽이던 장면과는 사뭇 달랐다. (참고로 파트 1의 테마는 '사랑'이었다)





너티 독다운 최상의 그래픽과 장면 연출, 전투 시스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평가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캐릭터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의 여정을 따라갔던 사람들은 조엘과 엘리라는 두 인물이 쌓아올린 감정선과 서사를 기억하고 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그렇게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을 헤쳐나간다. 아름다운 공원을 배경으로 기린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런 두 인물의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다.


여행 막바지에서 조엘은 엘리를 위해 백신을 포기하며 사랑이라는 테마에 맞는 결말을 선사했다. 하지만 속편인 파트 2는 그런 전작의 유산을 버려야 할 무언가로 생각한 모양이다. 이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나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빠졌던 함정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인물인 조엘의 죽음을 엘리의 복수심을 일으키는 데 소비하더니 결말부에 가서 그마저도 없던 일로 해버린다. 화가 날 수밖에.


물론 이해는 한다. 전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를 플레이해보면 알겠지만 조엘 역시 거침없이 사람을 죽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적을 만들었다. 조엘을 죽인 애비 역시 그의 손에 아버지를 잃었다. 너티 독은 애비의 시점에서 이런 장면을 보여주고, 플레이어가 그녀로 플레이하게 만든다. 누구보다도 조엘의 복수를 원할 유저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아이러니가 있을까. 평가와는 별개로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유저가 이런 전개를 원치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전작에서 주인공에게 정을 붙일 대로 붙였는데 이제 와서 이들의 존재를 부정해야 한다니. 마치 뉴 코크를 출시했던 코카콜라처럼 너티 독은 엄청난 비난에 직면한다.


보통 속편이 전작보다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유산에 있다. 속편은 전작의 성공을 딛고 관심을 끈다. 이미 어느 정도 캐릭터와 세계관이 형성되어 있는 데다, 고정 팬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전작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 앞에서 제작자는 통상 둘 중 하나를 택한다. 전작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던지, 아니면 방향을 틀던지. 애증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전자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다. 회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폭발, 로봇, 총알이 등장한다. 아예 로봇 공룡이나 합체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후자를 택했다. 감염자(좀비)의 등장 회수를 줄이고, 조엘을 죽이고, 엘리를 용서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한다. 물론 픽사답게 눈부시게 발전된 그래픽을 내세우지만 질리지 않는다. 4편에서는 보 핍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우디와 버즈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토이 스토리>는 전작보다 못한 속편이라는 공식을 깨고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전작의 유산을 물려받으면서도 이를 영리하고 창의적으로 헤쳐나간 결과였다.


그래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선택이 더욱더 아쉽게 느껴진다. 명작 반열에 오른 전작을 조금 더 존중했더라면, 그러면서도 속편만의 신선한 색깔을 한껏 담아내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전작보다 나은 전설적인 속편으로 길이길이 남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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