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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플레이 미드 <왕좌의 게임> - 세가지 키워드로 보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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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19. 11. 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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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드라마를 먼저 보고 이 글을 읽어주세요.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


<왕좌의 게임>은 HBO의 메가 히트작이다. 각종 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며 드라마 시장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개인적으로는 미드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힘들다. 웨스테로스라는 가상의 (하지만 어쩐지 영국을 닮은) 대륙에서 벌어지는 정치 암투극이랄까? 분명 용이나 마법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만,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플롯을 자랑한다. 덕분에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까지 끌여들여 엄청난 팬덤을 구축하게 되었다. 든든한 팬덤을 바탕으로 제작비도 많이 유치하여 나중에는 한 화 한 화가 마치 영화와 같은 스케일을 보여준다. 미드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할 작품 중 하나다.



1. 미드에 입문하게 되었다.


물론 요즘은 다양성이 높아졌지만, 난 기본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특유의 감정 과잉이나 반복되는 패턴, 막장으로 치닫는 플롯에 신물이 나서다. 그런 나에게 미드나 영드는 신세계였다. 단순히 배경이 달라서가 아니다. 플롯이나 소재, 캐릭터가 다채롭고 거기에 자극적인 연출까지. 딱 내 타입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왕좌의 게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하도 추천을 하길래 1화를 봤다. 그게 2화, 3화가 되었고, 어느새 시즌 1을 끝냈다. 엄청난 흡입력이었다. 미드에 입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2. 정교한 플롯과 캐릭터로 나를 사로잡았다.


<왕좌의 게임>은 분명 판타지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용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백귀(White Walker)라고 불리는 좀비가 존재하며, 마법을 부리는 마녀도 등장한다. 하지만 철왕좌(Iron Throne)을 두고 벌어지는 암투극은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이다. 각종 배신과 술수, 암살, 전쟁이 난무하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도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정교하게 설계된 플롯은 나중에서야 뒷통수를 연신 때려댔다.


한치 앞을 예상하지 못할만큼 반전의 연속이었다. 꼭 정의가 승리하는 법도 없었고, 영원한 강자도 없다. 덕분에 적절한 긴장감을 작품 내내 유지할 수 있다. 곳곳에 있는 잔인한 장면이나 베드신도 작품에 짙은 색감을 더한다. 물론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충분했나보다. <왕좌의 게임>은 그렇게 연일 히트를 치며 승승장구했다.



3. 원작을 벗어나자 끝없이 추락하다.


그러다 드라마가 원작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왕좌의 게임>의 원작은 조지 R. R. 마틴의 <불과 얼음의 노래>라는 소설이다. 이 작가는 아주 느리게 연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 작품을 끝맺지 못하고 작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다행히 아직 살아있다.) 여기서부터 플롯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단순히 원작과 다르다는게 문제가 아니다. 작품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여러 악재가 겹쳐졌다. 배우들의 몸값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작품의 스케일은 점점 커져 제작비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마지막 시즌인 시즌 7과 시즌 8은 평소보다 더 적은 수의 에피소드로 편성되었다. 더 적은 에피소드 안에서 이 방대한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려니 급전개, 감정 과잉, 무리수 등 어디선가 많이 보던(?) 장면들이 펼쳐졌다. 결국 전형적인 용두사미식 결말로 끝이 나고 말았다. 미국에서는 시즌 8을 재촬영하라는 청원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물론 나는 제작진들이 그래도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이러한 노력을 팬들이 얼마나 알아줄지는 미지수이지만.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했던 작품이기에 더 안타까웠다. 애정을 가졌던 캐릭터들이 그렇게 소비되고, 장대한 서사가 어설프게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말이 그렇다고해서 그 과정까지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왕좌의 게임>은 미드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 장면 하나하나, 캐릭터 하나하나를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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