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보면 세대가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른바 언택트(Untact) 시대가 열리며 전자 플랫폼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플랫폼은 한마디로 컨텐츠를 얹을 수 있는 틀을 말한다. 그 자체로는 그저 판을 깔아줄 뿐이지만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 안에서 여러 문화와 생태계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최근 전자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재밌는 현상이 하나 생겼다. 바로 이용하는 플랫폼을 보면 세대가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나타난다. 첫째, 세대별로 이용하는 플랫폼 자체가 분화되고 있다. 둘째, 플랫폼 내에서 이용하는 방식이 세대마다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소셜 미디어가 있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페이스북은 현재 밀레니얼 세대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플랫폼이 되었다. 대신 같은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으로 많이 넘어간 상황이다. 그보다 더 젊은 Z세대는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로 옮겨간다. 페이스북은 조금 과장하면 카카오스토리나 네이버 밴드와 유사한 위치가 되어 버렸다. 대부분의 세대가 페이스북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건 이제 X세대, 혹은 그 이전의 베이비붐 세대이다.
사실 플랫폼 자체는 어느 것을 이용하든 유사하다. 이용하는 인터페이스나 레이어가 조금 다를 순 있지만 큰 틀에서는 사실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왜 세대별로 이용하는 플랫폼이 달라져 버린 것일까? 그건 아마도 세대 문화 차이에 있을 것이다. Z세대가 이용하는 틱톡은 호흡이 짧고 즉각적이다. 밴드나 페이스북은 보다 더 긴 호흡을 갖고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같은 플랫폼을 이용함으로써 또래 집단에 동질감을 느끼는 측면도 강하다. 만약 부모님이 나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어느 아이라도 그리 반갑진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한창 대세일 무렵, 자녀의 일상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감시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피로감을 느낀 자녀들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간다.
같은 플랫폼 내에서 세대 간의 차이를 보이는 케이스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는 대개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알맞은 영상을 바로바로 제공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개인의 관심사 자체가 알고리즘을 만나 나만의 유튜브 피드를 구성한다. 요즘 주식에 관심이 많아 관련 영상을 찾다 보니 어느새 주식 영상으로 홈 화면이 채워지고 있다.
하물며 다른 세대야 오죽하겠는가. 같은 유튜브 플랫폼 내에서도 생태계는 천차만별이다. 얼마 전에 스탠딩 에그가 부른 <오래된 노래>라는 곡을 가수 임영웅 씨가 커버하여 화제가 되었다. 같은 노래인데도 그 밑에 달린 댓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스탠딩 에그의 경우에는 2012년에 올라온 영상으로 노래가 다시 듣고 싶어 찾아온 2030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임영웅 씨의 영상에는 5060 세대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현실 속에서 세대 간의 다른 문화를 경험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한 세대 집단은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대개 다른 세대와 섞이지 않는다. 그래서 명절 때 찾아간 친척 집에서 괜히 뻘쭘함을 느끼거나 부장님과의 괴리감을 회식 자리에서 새삼 느끼는 것이다. 수직적인 한국 특유의 문화도 여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전자 플랫폼이 세대를 막론하고 보편화하었다. 만약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입장이라면, 혹은 그냥 나처럼 관찰하는 것이 흥미로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좋은 기회가 없다. 탑골공원에서 바둑을 두시는 어르신들을 응시하는 건 무례한 일이겠지만 플랫폼에서는 자유롭게 세대 간의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댓글 공간도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고, 커뮤니티 사이트나 카톡방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을 잘 관찰하자. 플랫폼을 소비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쏟아지는 인사이트는 분명 어느 시점엔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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