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넷플릭스 미드 <러브, 데스 + 로봇> - 세 가지 키워드로 보는 드라마

컨텐츠/드라마&다큐멘터리

by 법칙의 머피 2019. 11. 9. 21:34

본문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없는 글입니다.


러브, 데스 + 로봇 (Love, Death + Robot)


현대인들이 상실한 능력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긴 시간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는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영상 매체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영화관에서는 꼼짝없이 영화만 봐야 하니 버틴다지만(?), 자유롭게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보는 넷플릭스 드라마라면? 더구나 넷플릭스는 일전에 보던 장면으로 친절히 데려다주니 끊어서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매 에피소드가 한 시간이 넘어가는 영화급 드라마가 심심찮게 나오니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난 <러브, 데스 + 로봇> 같은 단편 드라마도 즐겨보는 편이다. 부족해진 집중력이 다할 때쯤 한 번씩 끊어주니까. 이 작품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상영 시간이 5분에서 20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각 에피소드가 각각 다른 연출, 플롯, 그림체, 등장인물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볼 수 있다. 또 짧지만 그 안에 나름의 창의력과 주제 의식을 든든하게 담아두었다. 여기에 자극적인 양념도 잔뜩 쳐져있으니 애정할 수밖에. 시즌 2가 제작에 들어갔다고 하니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1. 18개의 독립된 에피소드, 굳이 묶지 않아도 좋다


<러브, 데스 + 로봇>은 현재 시즌 하나에, 1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물론 큰 틀에서는 제목에 들어가 있는 '러브'나 '로봇' 등이 등장하지만 예외가 존재한다. 같은 옴니버스식 구성인 <블랙 미러>는 개별 에피소드가 '기술에 따른 폐해'라는 같은 주제 의식과 분위기 및 색조 등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감독이 참여한 이 작품의 경우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러브, 데스 + 로봇>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작품의 색깔이 이런 것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나면 뭔가 알 수 없는 <러브, 데스 + 로봇>만의 색깔을 만날 수 있다. 비록 모든 에피소드가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창의성의 향연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2. 애니메이션, 반갑다!


요즘에야 디즈니나 픽사를 필두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국내에서 자체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아동용 작품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거의 일본 아니메(Anime)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아니메는 성인 타깃을 효과적으로 붙잡아두지 못했다. 아무래도 소년, 소녀 만화 중심이다 보니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애니메이션과 멀어지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당당히 '성인용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달고 나온 <러브, 데스 + 로봇> 같은 작품이 참 반갑다. 픽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애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장르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갈증 아닌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애니메이션에까지 투자하며 세를 넓혀가는 넷플릭스가 놀랍기도 하다. 뷰(View)나 클릭 수 등을 통해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피드백을 받으니 이렇게 과감한 투자도 가능할 것이다. 실험적인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이토록 성공적으로 시즌 1을 마무리했으니 새삼 대단하다.




3. 스낵컬쳐,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다


스낵컬쳐란 짧게 편집된 컨텐츠를 소비하는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문화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배적인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제 우리는 '드라마 본방 사수'보다는 '유튜브 핫클립'을 선호한다. 긴 영화는 10여 분의 영상 리뷰로 뚝딱 해치우고, 1시간짜리 드라마를 디바이스를 바꿔가며 끊어서 시청한다.


큰 틀에서 보면 넷플릭스가 이런 문화를 일정 부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에서도 물론 VOD 및 IPTV 서비스를 통해 컨텐츠를 끊어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바일, 태블릿, 노트북 등으로 디바이스를 수시로 교체해가며 컨텐츠를 소비하는 요즘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사람들은 지하철이나, 버스, 여행지에서 들린 숙소에서도 컨텐츠를 무한정 즐기길 원한다.


<러브, 데스 + 로봇>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올라탄 작품 중 하나다. 끊어서 보기도 민망한 5분에서 20분 정도의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다. 찰나의 빈틈도 컨텐츠로 채워버리는 스낵 컬쳐 시대에 알맞은 작품이다. 단순히 짧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짧은 순간 안에 많은 것을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눈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장면들과 다채로운 그림체,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유의 가벼움까지. 이래저래 시의적절한 작품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