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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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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의 머피 2020. 7. 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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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1984년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이라는 설명도 가끔 찾아볼 수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36년이나 지난 지금, 엉뚱하게도 코로나 사태 이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지금의 사태와 묘하게 닮아있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펜데믹이 전 세계를 집어삼킨 지금, 나우시카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작품의 배경은 꽤 암울하다. 우선 거신병이 7일 만에 인류를 초토화했다. 거신병은 인류 문명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핵무기를 상징한다. 성경에는 신이 일주일 만에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신병은 같은 기간 동안 세상을 멸망시킨다. 여기에 독을 내뿜는 식물이 자라나고 거대해진 곤충들은 수시로 인간을 공격한다. 설상가상 인간들끼리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태다.


바람계곡에 사는 나우시카는 이런 세상 속에서 미야자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이다.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이면서, 자상하고, 친절하며, 강인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꾼다. 하지만 어느 날 바람계곡에 불시착한 거대제국의 비행선이 포자와 함께 거신병을 데려오며 평화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는 많은 세력이 등장하지만, 이들을 직관적으로 나눌 방법이 있다. 바로 색이다. 단적으로 말해 긍정적인 세력은 푸른색을, 부정적인 세력은 붉은색을 가지고 있다. 오무라는 거대생물은 분노할 때 그 수많은 눈이 붉은 색으로 변한다. 세상을 멸망시킨 거신병 역시 붉은 색이고, 인간은 자연에 대항해 숲에 붉은 불을 지른다.


반면 나우시카는 항상 파란 슈트를 입고 다니며, 온순한 오무의 눈은 푸른색이다. 독이 없는 부해의 밑바닥은 파랗게 빛난다. 푸른색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오무의 피를 뒤집어쓴 나우시카의 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래 나우시카는 붉은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어린 오무를 막아서는 과정에서 그 피를 뒤집어쓰게 되었고 옷이 푸른색으로 물들게 된다. 푸른색은 또한 바다, 호수, 하늘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보며 어떤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우선 계속해서 퍼지는 포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 인간은 이를 불태우려고 하지만 날로 늘어가는 독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러다 외부세력이 등장하자 이 포자가 원래는 청정했던 바람계곡에 창궐하게 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내에서 포자나 오무 떼는 자연의 분노를 상징한다. 작품 내에서 인간은 어느 임계점 이상으로 자연을 훼손하게 된다. 그러자 자연은 오히려 역공을 가해 인간의 영역을 축소해버린다. 파괴적인 방법으로 균형을 되찾으려 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지구의 자정작용이라고 말한다면 조금 과장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인간이 초래한 질병이다. 도시화, 세계화가 진전되며 밀집해서 사람이 살게 되었고, 이동이 활발하다 보니 한 지역의 질병이 세계적인 파괴력을 갖게 되었다.


인간이 살지 않는 부해의 밑바닥에 독없이 깨끗한 세상이 피어나듯,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여행지에서는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세상은 서로를 비난하며 더 폐쇄적인 방향으로 치달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여러 국가들이 전쟁을 벌이는 것과 같다. 마치 코로나 19같은 독소를 피해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나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방역작업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본 이 작품에서 왜 현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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